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목자들의 들판

예루살렘에서의 날이 밝았다. 우리는 시온 산 성지를 찾아갔지만

성당 문을 열기에는 이른 시간이어서 베들레헴으로 방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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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들의 들판과 예수 성탄 기념성당이 있는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약 10km 정도 떨어진 아랍인 지역이다.

우리가 탄 차는 예루살렘 다마스쿠스 게이트 앞에 있는 베들레헴 체크포인트 앞에서 멈췄다.

그곳은 바로 팔레스타인 지역과 유대인 지역을 구분하는 분리장벽이 시작되는 곳으로

이스라엘의 검문소였다.

이스라엘 안전 요원들이 방탄 유리 건너편에 앉아 순례자들의 여권과 허가증을 요구하며 검문을 한다.

검문소 주변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있고 총을 멘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 분위기가 험악했다.

군인들은 표정 없는 얼굴로 우리를 차에서 내리게 하고

아랍인인 버스 기사의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검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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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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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년 전 한밤중 마을에서 떨어진 들판에서 양들을 벗 삼던 가난한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나

구세주의 탄생을 알려준 들판엔 우리나라의 벚꽃과 똑같이 생긴 화사한 아몬드 꽃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옛날의 자연동굴이 여기저기 남아 있는 목자들의 들판에 서서

루카복음 2장 1절에서 14절까지의 말씀으로 아름답고 성스런 그 밤의 정경을 묵상했다.

겨울이라지만 한국의 봄날 같은 온화한 날씨여서 언덕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있었다.

눈앞으로는 들판과 구릉이 보였는데 한편으로는 아파트 같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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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아래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보자 모두 탄성을 질렀다.

아마도 그 옛날 거룩한 밤에 목동들과 함께 있던 양떼를 생각했으리라.

들판 여기저기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석회석 동굴이 있었다.

몸을 구부리고 들어간 동굴에는 작은 제대가 있어 미사를 드리거나 기도를 드릴 수 있게 되어있었다.

 

하늘에 천사들의 군대가 나타나 목자들에게 구세주의 탄생을 알려주었다는 이 들판은

베들레헴에서 동쪽으로 약 3.2Km정도 떨어져 있다고 한다.

밤이라고는 해도 양을 치는 젊은 목동들은 넉넉하게 30여 분 정도 걸려

아기 예수님이 계시던 곳까지 찾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찬 기운이 내려앉는 맑은 밤, 몸을 녹일 모닥불을 가운데로 모여 앉아

졸거나, 맷들의 기척을 조심하면서 양 떼를 지키고 있었을 목동들.

춥고 긴 밤이 지루하여 날이 새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따뜻한 잠자리에 있을 가진 사람들의 처지를 부러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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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선택은 달랐다.

도시 예루살렘의 변두리 들판에서 양떼를 돌보며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맨 먼저 기쁜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천사의 말을 들은 목자들은 그 밤으로 구세주 아기를 찾아 나섰다.

인류의 구원자 하느님은 목동만큼이나 가난한 모습으로 태어나

세상의 누구도 외면하지 않으시는 당신의 자비와 사랑을 드러내셨다.

사람들 사이에 ‘천막’을 치신 구세주 예수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 고백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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