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순례의 첫 장소는 올리브 산 정상에 있는 예수님 승천 기념 경당이었다.
산 정상이라고는 하지만 평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오래된 돌벽에 있는 작은 아치형 문으로 들어갔다.
팔각형의 돌담 가운데 둥근 돔을 인 오래된 석조건물이 있었다.
이곳이 ‘안식일에도 걸어갈 수 있을 만큼 예루살렘에 가까이 있는 올리브 산’ (사도1,1-12)인
예수님의 승천장소
였다.
루카복음에서도 제자들 앞에서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던 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루카 24, 50-52).
옛날부터 예수님의 승천 장소로 알려진 이 올리브 산 정상에 경당이 세워진 것은 비잔틴 시대인 387년이라고 한다.
그 뒤로 많은 종교전쟁을 치르면서 경당의 소유는 여러 종파로 이전되었는데
현재는 이슬람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은 그리스도교 신자들만은 아닌 것 같았다.
원래 예수 승천 경당은 팔각 모서리에 기둥을 세운 건물로 지붕이 없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었는데
이슬람 교도들이 성전으로 사용하면서 돔을 덧씌워 놓았다고 한다.
경당 안으로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 한가운데 예수님께서 하늘에 오르실 때 남기셨다는 오른쪽 발자국이 찍힌
바윗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흔적을 만졌는지 바위는 반들반들하게 닳아있었다.
그 바위를 바라보며 마음의 눈으로 예수님의 승천을 그려보았다.
주님의 기도 기념 성당(THE CHURCH OF THE PATER NOSTER)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장소에서 남쪽으로 약 5분 정도, 거리로 치면 약 10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널찍한 계단이 먼저 나타나는 건물이 있었다. 주님의 기도 기념 성당이었다.
이 성전은 예수 무덤-부활 기념 성전과 예수 탄생 기념 성전과 함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인 성녀 헬레나가 지은 3대 동굴성당중 하나로 326년에 처음 지어졌다고 한다.
그 이후 이 성당도 주님 승천 경당의 운명과 같은 길을 걸어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뀌었고
마지막으로 이슬람교에 넘어갔다. 그러다 다시 가톨릭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1868년 프랑스의 오렐리아 드 보씨 공주는 이곳에 가르멜수녀원을 지어 수녀들에게 이 성당을 맡겼다고 한다.
우리는 성당 주변을 둘러보고 계단을 올라가 수녀원과 연결된 긴 회랑으로 들어갔다.
백색으로 단순하게 꾸며진 아치형의
회랑(Chiostro del Pater)과 수녀원 담 벽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된 주님의 기도문이 전시되어 있었다.
부산교구에서 기증한 우리말로 된 주님의 기도문을 발견하고 모두 기뻐했다.
모두 회랑을 지나 지하 소성당으로 내려갔다. 4세기경의 성당 유적이 보존되어 있었다.
소박한 제단 옆으로 그 옛날 예수님이 혼자, 아니면 제자들과 함께 머무시던 동굴 터가 있었다.
그곳이 바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했을 때
주님의 기도문을 가르쳐 주신(마태 6,9-13; 루카 11,1-4) ‘어떤 곳’ 이라고 한다.
예수님은 자주 이곳에서 아버지께 기도 하셨고 예루살렘의 멸망과 재림과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기도 하셨다.
(마태 24,1-3 ; 마르 13,1-2 ; 루카 21,5-6)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동굴을 바라보면서 마을과 떨어진 한적하고 낮은 산언덕 이곳에 모여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던 제자들의 행복한 시간을 상상했다.
아버지께 드리는 커다란 신뢰의 기도를 제자들이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예수님은 아주 기쁘셨을 것이다.
당신에게 바라는 모든 이들을 기꺼워하시며 남김없이 자신의 삶까지도 주시는 분이시니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덧붙여 당신 삶의 비법인 기도 방법도 제자들에게 전수 하셨다.
‘끊임없이 간청하여라.’ (루카 11,5-9)고.
아버지께만 모든 것을 바라는 가장 완전한 기도인 ‘주님의 기도’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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