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십자가의 길 14처, 예수님 무덤 성당

다음의 순례지는 예수님 구원사업의 정점으로 가는 십자가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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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으며 기도를 하며 걸어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내려서 모신 바위를 지나 십자가의 길 14처로 갔다.

그곳은 예수님 무덤이었다.

우리는 예수님의 무덤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순례자들 뒤에 서서 이곳저곳 성당 안을 두리번거렸다.

침침하고 거대한 성당 안 이곳저곳으로 길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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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복이 다른 여러 수도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현재의 무덤성당은 복잡한 역사와 종교의 문제로 로마 가톨릭과 아르메니아 정교회,

그리스 정교회를 비롯하여 콥트 교회, 시리아 정교회, 에티오피아 교회 등

모두 여섯 종파가 분할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혼란스런 오늘의 세상과 갈라진 그리스도교의 현실을 상징하는 단편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분열되고 어지러운 세상을 창조 때의 모습대로 하나로 모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죽으시고 부활하셨다.

 

뜻밖에 한국 정동 프란치스코수도회에 계시던 수사신부님을 만났다.

그분을 알고 있던 자매들은 더욱 반가워했다.

 

테오필로 수사님은 종신서원을 하시고 예수님이 사시던 땅에서 살고 싶어서 성지 관구로 옮겼다고 한다.

그분은 영적으로 또 실제로 한국에서 오는 순례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계셨다.

무덤 성당 안에는 프란치스코 작은형제회 수사님들의 공동체가 있다고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수사님은 ‘다음(DAUM)사이트에 이스라엘 성지에 대한 상세한 역사와

훌륭한 사진을 실은 ‘성지 이스라엘’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계셨다.

나도 이 순례기를 쓰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성녀는 324년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왔었던 당시에

이곳에는 주피터와 비너스 신전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헬레나 성녀는 황제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후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명에 의해 신전은 헐리고,

예수님의 무덤을 발굴하여 기념 성전을 세웠다.

로마를 그리스도교화 시킨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구세주의 구원사업이 완성된 거룩한 이곳을 지구의 중심으로 선포했다.

예수님께서 묻히신 곳은 골고타 근처에 있는 새 무덤(요한 19,41-42)으로 원 무덤 주인은

당시 유다 최고의회의 의원인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었다(마르 15,43; 루가 23,50).

그는 예수님을 몰래 따르던 자(마태 27,57; 요한 29,38)라고 전해진다.

그는 동료 니고데모와 함께(요한 19,39) 예수님의 시신을 자신의 무덤에 모셨다.

(마태 27,58-60; 마르 15,46; 요한 19,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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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무덤 입구는 정교회 특유의 화려한 등으로 치장되어있었다.

입구 양편으로 세 개씩 커다란 촛대가 서 있었는데

그 촛대는 예수님의 무덤을 공동 관리하는 교회의 것이라고 한다.

그리스 정교의 수사님이 지켜 서 있는 예수님의 무덤으로 들어가려면 허리를 굽혀야 했다.

낮고 작은 방은 비어있었는데 그곳을 ‘천사들의 경당’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천사들의 경당’ 안으로 방이 하나 더 있었다. 그곳에 예수님의 시신을 모셨던 빈 돌 관이 놓여있었다.

요한과 베드로가 천사를 만난 곳은 무덤의 첫 번째 방이고

그곳을 거쳐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곳에 예수님의 시신이 모셔져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이 장소는 우리의 이스라엘 성지 순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상징성이 큰 빈 무덤이기는 하지만 예수님이 보여주신 우리에 대한 사랑을 느끼기엔 어려움이 없었다.

모두 예수님이 계셨던 빈 무덤을 쓰다듬으며 그분이 겪으신 고난과 마음속에 있는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드렸다.

 

우리는 예수님의 무덤 동굴 옆에 있는 발현경당에서 부활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천 년 전에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심과 부활을 통해 이루신 구원의 장소에서

그 구원을 오늘 우리 안에 되살리는 미사를 드리는 것이다.

테오필로 수사님과 김영남 신부님께서 미사를 거행해 주셨다.

 

발현경당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다음 사흘째 되는 날 마리아 막달레나가 시신에 향유를 발라드리러 갔더니

무덤이 비어 있어서 놀랍고 슬픈 마음에 주님을 찾아 헤매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는 아담한 경당이다.

제대 오른편에는 예수님께서 묶여서 매를 맞았다는 쇠기둥이 서 있었다.

 

무덤성당 안 저편 예수님의 십자가가 서있던 자리에는

예수님이 흘리신 피로 부활한 첫 사람인 ‘아담의 경당’이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인류의 첫 창조물인 아담은 또한 새로운 구원의 은총을 받은 첫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작은 성당에서 드리는 미사에는 우리 일행 외에 서너 명의 외국인이 함께했다.

아마도 개인 순례자들인 것 같았다, 그들의 경건함에서 주님에 대한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나는 그들이 주님께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기도했다.

 

미사를 봉헌하고 난 우리는 성채같이 거대한 성당을 나와 아랍인 상가로 들어섰다.

날이 저문 시간이라서 좁은 시장길에는 여행자들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았다.

빵 굽는 냄새, 생선, 채소 가게, 과일가게들이 늘어선 좁은 시장에서

가난한 아랍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작은 끌차에 빵을 담아 끌고 가던 소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는 터널 같은 시장을 벗어나 성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방금 나온 다마스쿠스 성문에 조명등이 켜졌다.

이스라엘에서의 순례가 끝났다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피곤이 몰려왔다.

시간은 오후 여섯 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거룩함과 모순이 공존하는 도시 예루살렘을 떠나 그리스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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