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야외 온천을 가다

메테오라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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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온 우리를 태운 차는 어제 왔던 산길을 되돌아갔다.

다시 아기자기한 아라코바 마을을 지나 웅장한 평야를 내려다보며 산 중턱을 지났다.

어제보다 날씨가 아주 따뜻해졌다. 먼 산에 쌓인 눈이 녹은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안젤루스 식당에서 다시 점심을 먹은 자매들은

버스에서 타자마자 대부분 노곤하게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높은 산위에 있는 델피 유적지를 오르내리느라 피곤했던 모양이다.

 

얼마나 지났는지 눈을 떠 창밖을 내다보니 버스는

올리브 기름을 부어 놓은 것처럼 잔잔하게 찰랑대는 푸른 바다 옆을 달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자 바다는 사라지고 끝없는 올리브 농장이 펼쳐졌다.

오가는 차들이 드문 길옆에 작은 십자가 모양의 표지판이 보였다.

길에서 사고로 죽은 이들을 기리는 것이라고 했다.

벌판에 서 있는 커다란 포장마차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유랑하는 집시의 무리였다. 그들의 옷차림이나 짐마차는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달리던 버스가 들판 한가운데서 멈췄다. 차에서 내려 물가로 가는데 유황의 독특한 냄새가 났다.

유황천이었다. 모두 신기해하면서 따뜻하게 흐르는 유황 물에 손을 넣었다.

이 지역은 구약의 크세르크세스왕(왕비 와스디를 폐하고 유대 여인 에스더를 왕비로 책봉한 임금)이

전쟁을 하던 장소라고 한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큰길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가 서 있었다.

그곳은 얼마 전까지 식당이나 숙소가 있었던 모양으로 쓰러져 가는 빈 집 한 채가 있을 뿐 자연 그대로의 숲이었다.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땅을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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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스에서 내리는 동안에도 검은 승용차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몸에 수건을 두르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이 주변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야외온천장인 것이다.

야외였지만 남자와 여자들의 욕탕이 구분되어 있고 들어가는 방향도 서로 달랐다.

우리가 수건을 찾고 양말을 벗고 여성용 온천 쪽으로 가는데 점점 유황특유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이어서 온통 김이 서린 논 한 마지기 정도 크기의 못이 나타났다.

그곳에 먼저와 있는 사람들은 놀랍게도 한국인들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가족 중 가장 연장자인 몸집 좋은 할머니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사내아이가 물속을 휘젓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한쪽에 모여 조심스럽게 신을 벗고 따뜻한 물속에 발을 담갔다.

 

따뜻한 김이 오르는 물속에 오래된 건축물의 잔해가 잠겨있는 것이 보였다.

시끄러운 한국인 가족들이 먼저 가기를 바랐지만,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들도 물에서 나왔다.

 

따뜻한 물에 발을 씻어 개운해진 정신으로 다시 차를 타고 달렸다.

오래된 바닷가 절벽처럼 다양한 빛깔의 흙이 층을 이룬 원시적인 모습을 간직한 평원을 지났다.

이 데살로니카 평야는 삼천 년 전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이집트의 광야와는 또 다른 고독이 서려 있었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대지에서 다른 계절의 색깔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은 푸른 봄과 같고, 어디에서는 무성한 여름을 느낀다.

어느 지역을 지날 때는 가을 같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흰 눈이 쌓인 높은 산 아래로 서로 다른 풍요로움과 온화한 자연조건을 지닌 그리스, 참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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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라 아래편에 있는 마을 깔람바카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일곱 시가 되었다.

마을로 들어서는데 어둑해진 마을 뒤편으로 거대한 암벽의 형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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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매들은 호텔 앞에 있는 상가 거리로 산책하러 나갔다.

마리나 씨에 의하면 이곳에서 좋은 가죽제품을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처음으로 밍크를 길러 털을 이용하기 시작한 지역이기도 하다.

밤, 날씨는 푸근했지만 바람은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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