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베로이아, 테살로니카

식당에서 나온 우리는 사도 바오로가 선교 여행을 다녔던(사도 17,10-14)

베로이아 (현지명으로는 베레아)로 출발했다.

굽이굽이 펼쳐지는 기름진 평원 그리베나 지역에는 검은 흙이 비옥해 보이는 들판에는

파릇함과 붉은 채소의 색깔이 펼쳐지고 있었다.

 

차는 조용하고 깨끗한 시골풍경을 간직한 베로이아의 한적한 주택가 모퉁이에 멈췄다.

그곳은 바오로 사도의 흔적을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위한 전용 주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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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오 분 정도 걸어 올라가 낮은 언덕에 바오로 사도의 선교를 기념하여 꾸민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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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연단 왼쪽에는 바오로 사도에게 성령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천사와

복음이 적힌 두루마리를 손에 든 바오로 사도,

그리고 그의 말을 경청하는 베로이아 사람들이 그려진 모자이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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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기념공원 맞은편에는 그리스 정교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성당도 전에는 이슬람교도들이 점령하여 모스크로 사용되었던 때가 있었다는데

앞으로는 사도 바오로 기념성당으로 꾸밀 예정이라고 했다.

 

베로이아의 유대인들은 점잖았으며 바오로 사도가 전하는 말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날마다 성경을 연구하였다(사도행전 17, 11)는 성경 말씀대로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극성스런 유대인들의 성화로 어려움을 겪던 사도는

오랜만에 베로이아 지방의 사람들에게서 받아들여지는

위로와 평화를 맛보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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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사도 바오로 시대에 마케도니아의 수도였던 테살로니카로 향했다.
가는 동안 길 양편으로는 새싹이 돋은 살구나무 과수원이 이어졌다.

흐르는 물가로 가지를 뻗은 나뭇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었다.
겨울이지만 온화한 날씨 덕분으로 추수가 끝난 겨울 들판에 푸른 풀이 자라고 있었다.
인구 15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그리스에서 아테네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고층건물이 있는 테살로니카의 첫인상은 아테네보다 현대적인 도시라는 것이었다.

현재 테살로니카에 남아 있는 그리스도교의 유적은 성 드미트리오스 주교좌성당과 게오르기스성당 뿐이라는데
우리는 로마의 장교였다가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고 순교한 성 드미트리우스의 이름을 딴 주교좌성당을 찾아갔다.
크고 웅장한 성당 안에 있는 성 드미트리우스를 모신 경당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가 기도를 하고 나왔다.

성당을 둘러보고 있는 우리에게 검은 옷으로 감싼 할머니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우리를 따라다니며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 싶으신 눈치였다.
우리가 화장실을 찾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성당 밖에 있는 화장실까지 안내해 주셨다.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할머니의 보통을 넘는 친절과 관심에 모두 감탄했다.
우리처럼 순례 여행을 하는 폴란드에서 온 정교회 성직자들도 있었다.
모두 키가 크고 수염이 길어 원로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갓 서품 받은 사제와 부제들이라는 말에 속으로 놀랐다.

대성당에서 나와 아폴로니아로 향하는데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짧은 겨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참 동안 들판을 달리던 차가 조용한 시골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밤이었다.
마을 가운데 작은 광장에는 조명을 밝힌 작은 경기장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경기하고 있었다.
그 옆으로 약간 떨어진 곳에 우리 키보다 높은 널찍한 바위가 서 있었다.
그곳에 작은 팻말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바오로 사도가 선교 연설을 하셨다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밤이었지만 모두 반가워하면서 연단으로 사용되던 바위 위로 올라갔다.
전에는 무척이나 번화한 도시 장터였겠지만 지금은 이 바위 하나만 남아 그 옛날 사도 바오로의 행적을 알려준다.

차는 다시 어둠 속을 달렸다.
로마 시대 때는 이 근처 아피아 가도 옆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암피폴리스시가 있었다고 한다.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고 서 있는 커다란 돌사자상이 나타났다.
기원전 4세기경에 만들어진 사자상은 암피폴리스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식민지 시대 때 만든 고대 성벽들의 흔적과 로마에 총독부 시절에 설치된 수로 약간을 제외하고는
지진으로 모든 것이 사라진 암피폴리스시에 남은 유일한 로마 시대의 유적이라고 한다.
이오니아식 좌대 위에 조각된 크고 멋진 돌사자 상을 완성했지만
입속에 혀를 만드는 것을 잊은 조각가는 실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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