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 도시 유적지
터키의 지방 도시 셀축에서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불불산,
그리스어로는 크리소스산이라고 부르는 해발 400m의 언덕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명이 만나 이루어낸 도시 에페소 유적지를 찾아갔다.
에페소의 역사는 기원전 1500-1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88년 당시 아시아에서 제일 큰 무역항이기도 했던 에페소는
아우구스투 황제(B. C 27년 -14년)때 로마의 아시아 속주의 수도로 정치와 상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한때 25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살던 대도시 에페소는 서기 17년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었다.
1970년경 시작된 발굴작업으로 우리가 보는 옛날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적은 전체유적의 삼 분의 일 정도라는 데도 지금까지 발굴된 최대 규모의 로마유적지이며
로마보다 더 로마의 건축과 문화가 잘 보존된 유적지라고 한다.
매운바람이 불어대는 크리소스산 언덕 아래로 펼쳐진 고대 에페소의 시가지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의사당이 있는 언덕위에서 첼수스 도서관까지 뻗은 직선도로는 어림잡아도 1km가 훨씬 넘어 보인다.
마찻길은 대리석 포장이 되어있고 인도에는 정교한 모자이크장식이 깔려있다.
시민들이 비나 눈을 맞지 않고 지나다닐 수 있도록 인도에는 지붕까지 있었다고 한다.
큐레테스 거리(Curetes Street)로 불리는 이 길은 왕족이나 귀족들이 주로 이용하던 길이었다.
길 양편에는 아치형의 고급상가 터가 이어졌다고 한다.
안토니아와 클레오파트라도 이곳에 와서 쇼핑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한 묵시록에 의하면 에페소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잃은 교회’ (묵시 2,4)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문화와 경제가 번성하여 사람들이 현세지향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상가 뒤편으로는 귀족들이 살던 주택의 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른편에 있는 많은 유적 중 기원 후 138년에 건축된 하드리아누스 신전 입구가 시선을 끈다.
실물크기를 축소해 놓은 것이지만 그 위용은 생생히 살아 있었다.
신전 안쪽으로 보이는 코린토 양식의 아치 위에 메두사의 얼굴의 부조가 인상적이었다.
시가지에는 공중목욕탕과 화장실, 트라야누스 샘터, 도서관, 실내극장 오데온과 스타디움,
정원 같은 시민들을 위한 공공시설 유적들이 옛날 에페소인들의 수준 높은 생활과 문화를 말해주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너무도 생생하여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로마 시대 의상을 걸친 남녀들이 나타날 것 같다.
당시 세계 최고의 도서관으로 장서가 12,000여권이 넘었다는 첼수스 도서관,
정면은 학문의 네 가지 덕목인 소피아(지혜), 에피스테메(참된 앎), 엔노이아(신중함), 아레데(덕)를 지닌
여신의 모습으로 표현해 놓은 조각상이 서 있었다.
첼수스 도서관 왼쪽에 있는 아치형 문을 지나면 주랑이 끝없이 늘어선 서민들의 장터가 나타난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번화한 시장터 어디선가
허름한 옷차림의 바오로 사도가 눈을 빛내며 빠른 걸음으로 나타날 것만 같았다.
키가 큰 나무와 함께 이어지는 주랑의 모습을 내려다보노라니
이곳에 살던 사람들에 대해 한없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관공서와 유곽으로 가는 길바닥에 있는 최초의 광고 또한 흥미로웠다.
에페소는 역사 속에 사라진 고대도시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성경 속 현장으로 우리를 이끄는 매력이 가득하였다.
바오로 사도는 수많은 이교신전과 환락의 분위기가 넘치는 에페소에서 놀라운 선교의 성과를 거두었다.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여 아르테미스 신상을 만들어 팔던 은장이들이 모여 소동을 일으킨 원형극장도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바오로 사도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야외극장은
2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금도 공연장소로 사용된다고 한다.
비록 청중은 없지만 우리 중 성가대로 활동하는 자매들이 원형의 무대 한가운데 서서
사도 바오로를 기억하며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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