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블루모스크, 지하물 저장고

블루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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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피아 성당을 나와 공원으로 꾸며진 길을 건너면 맞은편에 있는 이슬람교 사원인 블루모스크가 있다.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도는 대리석을 사용하여 건축한 외관 때문에 블루모스크로 알려져 있지만

이 이슬람교 교사원의 정식 이름은 ‘술탄 아후메드’ 사원이다.

오스만튀르크의 황금시대를 이룬 10대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증손자인 아흐메드 1세가

재위 기간인 1609~1616년에 지었다고 한다.

붉은 벽돌로 지은 성 소피아 성당의 겉모습이 중후하면서도 밝은 느낌이라면

회색빛이 도는 블루모스크는 차분하면서도 침착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이슬람교도들이 성소피아 대성당에 맞먹는 규모로 지었다는 블루모스크는

푸른 대리석 모자이크로 지은 건물과 여섯 개의 미나렛이 조화를 이루어 장엄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이슬람교도들은 성소피아 성당을 모스크로 사용하면서 그들 특유의 미나렛을 만들어 놓았다.

반대로 성소피아 대성당의 둥근 돔 지붕은 이슬람교의 모스크건축에 영향을 주었기에

블루모스크 또한 다양한 크기의 돔을 얹어 지붕을 만들었다.

 

우리는 조금 전에 들렀던 마차경기장 맞은편에 있는, 나무가 멋지게 우거진 정문을 통해 사원으로 들어섰다.

네모난 회랑으로 이어지는 정원을 지나 사원 문 앞에서 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전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이슬람교 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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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니 은은하면서도 밝은 빛이 감싸고 있었다.

사방 벽을 장식한 섬세한 문양의 도자기 타일이 채광과 조형을 겸하여 내부를 밝게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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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스크의 참 멋은 내부에 있는 것 같다.

겉은 회색빛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는 것 같았는데

전체적으로 푸른빛이 도는 작은 타일들을 붙여 만든 내부는

흐린 날에도 그 자체로 밝음을 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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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바닥에는 멋진 양탄자가 깔려있었는데

그곳에서 산자들이 무릎을 꿇거나 절을 하면서 열심히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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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교회는 제대와 신자석, 위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위에서

아래층의 제단을 바라보며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구조인데 비해

이슬람교 사원의 내부는 단층으로 되어 있고 이슬람 문자로 된 미랍이 걸려있을 뿐

별다른 성화같은 장식 없이 비어있었다.

성당으로 치면 제대가 있음 직한 중앙에도 특별한 장식은 없었다. 그들의 전례가 궁금했다.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주위를 둘러본 우리는 입구와 다른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로마 시대의 지하 물 저장고.

 

블루 모스크에서 나와 로마시대의 지하 물 저장고까지 걸어갔다.

터키어로는 ‘예라바탄 사라이’라고 한다는 물 저장고는

비잔틴시대를 연 콘스탄티누스대제때 만들어졌는데 유스티아누스 황제 때 확장되었다고 한다.

일곱 개의 언덕과 높낮이가 심한 지형에 자리 잡은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이스탄불에서 20킬로 정도 떨어진 흑해의 물이 발렌스 수도교를 통해 이곳에 저장되었다고 한다.

저수조가 얼마나 넓은지 작은 배가 떠다닐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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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만들어 놓은 육교는 그림이나 디자인의 전시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었고 간단한 커피숍도 마련되어 있었다.

곳곳에 장치한 조명이 비치는 물속으로 수많은 대리석 기둥이 열 지어 서 있었다.

지하 물속에 있기에는 아까운 대리석 기둥들이었는데 전부 336개나 된다고 한다.

이 기둥들은 성 소피아 성당을 짓기 위해 여러 신전을 허물어 가져온 것들로

성당 건축에 쓰고 남은 것들이라고 한다. 바닥이 비치는 맑은 물속에 물고기가 노닐고 있었다.

 

여기저기로 난 통로를 따라 맑은 물이 가득한 저장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물에 잠긴 기둥 받침을 메두사의 머리를 거꾸로 한 조각품을 사용한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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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시대 그리스도교가 번성하던 시기에 그리스 신앙 속의 메두사는

이교도의 사탄이었기에 그를 상징하는 모든 것들이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함부로 취급되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 이전의 신전이나 공공건물에 있던 화려한 기둥들이

지금 지하 어두운 곳에서 희미한 조명 빛으로 그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니

박해를 받으면서 커온 그리스도교 또한 다른 문명을 짓밟으면서 확장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시대를 넘어서는 다양한 종교문화와 문명의 유적을 만날 수 있는 멋진 도시 이스탄불에서

우리의 성지순례 여정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었는데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한국에 있는 지인들을 위해 산 선물은

나르니아 연대기에서 하얀 마녀가 에드먼드를 꼬이는 수단으로 사용했던 달콤한 과자, 터키젤리였다.

우리도 그 깊은 단맛에 홀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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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공항으로 가는 차는 지하저수조로 물을 흘려보내던 발렌스 수도교의 아치사이를 지났다.

마르마라 바다 위로 갈매기가 날고 있었다.

길다면 길었던 우리의 성지순례가 끝났다.

어둠이 깔린 활주로를 날아오르는 비행기 위에서 희미해지는 터키땅을 내려다보며

마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성지순례기는 끝났다. 하지만 일상에서 영원을 향한 순례 여행 속에서

그날의 감동과 깨우침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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