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대성당
이어서 고대하던 성 바오로 대성당으로 갔다. 로마 외곽에 있는 이 성당은 사도 바오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
초세기에 지은 성당은 1600년간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1827년의 화재로 소실되어
우리가 보는 성당은 당시의 교황 레오 12세에 의해 옛날의 설계대로 성당을 재건축한 것이다.
교회 안에서 바오로 사도의 존재가 성 베드로와 대등한 만큼
성당의 중요성과 규모에 있어서도 성 베드로 대성전 못지않다.
후대 사람들의 성 바오로에 대한 사랑이 표현된 성전은 화려하고 웅장했다.
청동으로 만든 정문에 성 바오로와 성 베드로의 행적이 부조되어있다.
개인적으로 정문 양편에 있는 천사상에 마음이 끌렸다.
거룩한 무관심으로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을 끊은 채 한 분이신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섬기는 천사의 신분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성당 여러 곳에는 사도 바오로를 표현한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었다.
순례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중앙 제대 앞이었는데 사도 바오로의 무덤을 발굴한 장소였다.
성 바오로가 순교하자 신자들은 성 바오로의 유해를 모셔다가 비밀리에 안장하고 보존했다.
그 유해가 있는 곳을 중앙으로 대성전을 세운 것이다.
사도행전을 통해 회심한 이후의 성 바오로의 생애를 알려준 복음사가 성 루카상
중앙제대 오른편에 있는 경당에 불이 나기 전 성당에 모셨던 성 바오로의 목상이 있었는데 모습이 특이했다.
불에 타고 그슬린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지어진 성 바오로 대성당의 유적들이 성당 외부 회랑에 전시되어있다.
넓은 성당을 찬찬히 둘러보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옛날 성전의 기둥과 조각품들의 유물이 전시된 길을 따라 밖으로 나와
다시 한 번 성 바오로 대성전의 위용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사랑에 살고 죽은 그분의 생애를 생각했다.
뜨레 폰타네
그리고 뜨레 폰타네로 이동. 이곳은 성문 밖 지역으로 옛날부터 공동묘지 자리라고 한다.
처형당하여 공동묘지에 묻혔던 사도의 시신을 그리스도인들이 수습하여 매장한 장소인 것이다.
성 베네딕도 상이 서 있는 길을 지나 아치문으로 들어가면 수도원 옆에 있는 뜨레 폰타네 성당이 나타난다.
초세기의 모자이크 무늬, 성당 바닥에 보존 되어있다.
사도의 목을 치자 잘린 머리가 세 번 튀었고 그 자리마다 샘이 솟았다는 곳을 경배하고
바오로 수도회 신부님의 주례로 미사를 드렸다.
이 성당은 로마시내의 성당들과 비교하면 규모도 작고 낡았지만 바오로인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남달랐다.
아직도 세 번 목이 튀었다는 자리엔 물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뜨레 폰타네 성당을 나와 왼편에 있는 성모님께 봉헌된 오래된 경당으로 들어갔다.
사도 바오로가 순교하시기 전에 세 시간 동안 갇혀 있었던 감옥 터에 지어진 성당이다.
우리는 경당에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좁고 음습한 곳이었다.
세상에서 달릴 길을 다 달리고
승리의 월계관이며 그토록 사랑했던 예수그리스도를 만날 시간을 고대하며 이곳에 머물렀을 사도 바오로,
그에게 순교는 그를 생애를 바쳐 사랑한 예수그리스도를 영원히 만나러 가는 문이었을 뿐이다.
사도 바오로의 여정을 따라 로마 시내를 순례하며 돌아오는 내 마음에 울리는 말이 있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로마 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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