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포산토
피사 대성당 옆으로 로마 시대의 성벽과 이어지는,
어딘지 모르게 무거운 느낌을 주는 건물이 호기심을 일으켰다.
가운데 정원이 있는 길고 네모난 회랑으로 이어진 ‘캄포산토’라고 불리는 중세기 공동묘지였다.
18세기까지도 귀족들의 묘지로 사용했다는 이 건물은 1278년, 십자군 시대 때 지어졌는데
그 당시 예루살렘 골고타의 흙을 가져와 바닥에 깔았다 하여
‘거룩한 대지‘라는 뜻의 캄포산토(campo santo) 라고 불린다.
벽에는 흐릿하게 퇴색되고 있는 대형 프레스코화들이 있었다.
영원한 행복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주제로 한 그림들로 1350년대부터 백년의 시간을 거쳐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그림은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으로 사라지고 지금은 ‘죽음의 승리’와 ‘보편심판’이 남아있다.
회랑 안쪽으로는 그리스도를 동양의 만트라처럼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뭔지 모르지만, 이 피사의 대성당과 구조물들은 동양적이면서도 신화적인 것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지에 어울리지 않는 쇠로 만든 닻줄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오랫동안 적이었던 제노바와 피렌체 왕국의 휴전 기념물이라고 한다.
프레스코화가 있는 곳을지나 회랑을 따라 들어가면 위인과 귀족들의 납골묘지가 이어진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역사적 인물들이 다수 있었다.
묘지 앞에는 죽은 이들의 생전의 모습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조각품들이 놓여있었다.
그 조각들 자체가 멋진 작품이었다.
묘지를 집과 떨어진 산기슭에 마련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확실히 다르게
죽음을 가까이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영생을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새로운 생명으로 나가는 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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