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그날을 위한 선물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이다. 선물을 주는 이가 어떤 대가나 보답을 바랐다면 그것은 더 이상 선물이 아니다. 그냥 그가 좋아서 그에게 도움이 되고 그가 잘 되기를 바라며 주는 것이 선물이다.
하느님이 나를 좋아하셔서 선물을 주셨단다. 생각할수록 고맙고 은혜롭지만, 솔직히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거니와 나의 삶을 뒤돌아 볼 때 그런 선물을 받을만하지 못함을 잘 안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지만 오늘이 어제보다 더 좋기를 바라고 마지막 날 하느님 앞에 서게 되는 날, 나의 모든 생각과 행동이 온 세상에 밝혀지는 그날, 많이 부끄럽지 않기를 간절히 그리고 진심으로 바란다.
그 날이 누구에게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두려운 심판의 날이겠지만, 나에게는 나의 서러움과 후회가 사라지고 기대와 바람이 채워지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잔칫날이기를 바란다. 가끔 신자들의 식사초대를 했을 때 좋고 높은 자리에 강제로 앉혀지게 되지만, 그 날만은 맨 끝 자리에 앉아 멀리서라도 하느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루카 14,10).
비록 거의 매 번 하느님의 뜻을 거슬렀지만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싶은 마음만은 포기하지 않았음을 하느님께서 알아주시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 희망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정말 염치없지만 또 선물로 주시기를 기도한다.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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