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협조가 아니라 믿음
즈카르야의 아내 엘리사벳은 아이를 못 낳은 여자였고 둘 다 나이가 많았다. 이 부부가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지만 하느님께서는 엘리사벳을 임신하게 하셨다. 마리아는 남자의 도움이 없이도 아이를 가졌다. 두 이야기는 인간이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을 때 하느님께서 친히 일하신다고 전한다.
즈카르야는 천사의 말과 하느님의 능력을 불신 아닌 불신을 했다가 꾸지람을 들었다. 반면에 마리아는 불신이 아니라 설명을 요구했고(루카 1,34), 엘리사벳의 임신 사실이 그 설명이었다(루카 1,36). 하지만 그것은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마리아는 천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구원은 온전히 하느님의 몫이다. 인간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느님은 완전히 자유롭게 일하실 수 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뻐기는 유다인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외쳤다.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마태 3,9).”
주님께서 아하즈 임금에게 약속하셨던 표징인 젊은 여인의 잉태(이사 7,14)는 그로부터 근 700년이 지난 후에야 이루어졌다. 천 년이 하루 같은 분(2베드 3,8)다우시다. 하느님은 인류 구원을 위해 인간의 협조를 요구하신 것이 아니었다. 그분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는 신적인 구원 사업을 믿으라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예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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