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부활 4주일) 아름다운 사람
전직 대통령들이 구속되고 재벌회장의 비상식적이고 비인격적인 언행들과 비리들이 보도되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합니다. 이런 일들은 그들의 최측근과 부하직원들의 자백과 고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백과 고발이 그 지도자들의 측에서 보면 배반으로 분노할 일이겠지만 대다수 국민 측에서는 진실을 밝히는 양심고백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그들 덕분에 나라가 조금 더 정의롭고 정직하고 깨끗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신앙의 선조들과 성인들은 끝까지 주님께 충실했습니다. 하나뿐인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배교하지 않았습니다.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충성이 부귀와 영화가 아니라 그 반대로 고난과 죽음을 안겨주었고 게다가 그분들은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배반하지 않고 헌신하며 순교했습니다. 두 부류의 사람들은 매우 대조적입니다.
성인들과 순교자들처럼 오늘날도 가려진 곳에서 자신의 꿈이 아니라 가장 작은이들을 위해서 헌신하는 수도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적인 모습은 그 선행에 대한 포상은 물론이고 세상에 알려지는 것조차 바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분들의 숨은 생각과 마음이 신비롭고 신성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분들이 왜 그러는 지 잘 압니다. 그것은 그분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 착한목자이신 예수님을 따름이고 세상에서 상을 받으면 그분에게 칭찬받고 하늘나라에서 받을 상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이해할 수 없는 삶은 이 땅 위에서 하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매년 부활4주일에는 요한복음 10장 착한목자에 관한 말씀을 듣습니다. 그 중에서 ‘착한목자는 양들을 위해서 자기목숨을 내놓는다.’는 구절이 4번이나 반복됩니다. 부하들이 권력자들을 배반한 것은 그들이 자신의 목자가 아니라 삯꾼, 즉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들을 이용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착한목자는 이리들이 다가오면 온 몸을 바쳐 양들을 위험에서 지킵니다. 그것은 그 양들이 자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요한 10,12). 신학교에서 이 부분을 배울 때 목숨을 내놓는 착한목자의 모습에 너무 깊은 감동을 받아서 그 때부터 더 이상 신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고 사제가 되고 삶을 봉헌하는 이유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세상 언어로 말하면 투신과 헌신이고 우리 신앙의 언어로는 봉헌이고 착한목자를 따름입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위해 당신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죄인들이 예쁘고 좋아하셨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런 봉헌을 아버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내놓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그렇게 하여 나는 목숨을 다시 얻는다(요한 10,17).” 이 세상에서는 죽지만 부활하여 영원히 사실 것을 이렇게 예고하셨습니다. 헌신하는 사람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그의 죽음은 세상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그의 삶은 이 세상에 내려온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신학교 그 강의시간에 그토록 깊은 감동을 받은 것도 그 짧은 시간인데도 주님께서 당신의 봉헌과 성인들의 헌신 그리고 앞으로 제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셨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깊은 감동과는 다르게 아직도 온전히 투신 헌신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부끄럽고 때로는 위선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제 모든 것을 내놓지 못합니다. 왜 일까? 아마 그 일들과 저 사람들이 가장 소중한 내 목숨, 내 삶을 봉헌할만한 가치가 있을지 확신이 생기기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세속적입니다. 성인들과 가려진 곳에서 헌신하신 수도자들이 바랐던 것, 그분들이 그렇게 살았던 이유를 아직 잘 깨닫지 못하는 탓입니다. 예수님이 당신 목숨을 내놓으시고, 성인들이 자신을 봉헌하고, 순교자들이 배교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하느님이 자신을 당신의 것이라 불러주셨기 때문입니다.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러니 죄인도 그렇게 만드시는 우리 하느님은 얼마나 더 아름다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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