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아버지 무릎과 엄마 젖가슴
음식 만들어 주는 TV프로에서 한 유명 배우가 요리사가 해준 소박한 생선조림 국물 맛을 보더니 놀라며 얼굴이 달아오르고 눈물을 참느라고 힘들어했다. 그건 연기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어서 그랬다고 했다. 우리 중에 그 배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른으로 사는 것이 힘들다. 마음은 어린이인데 몸은 어른이고, 놀고 싶은데 일해야한다고 누군가 나의 등을 떠민다. 어른이 이런 건 줄 알았다면 어렸을 때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 걱정 없고, 매일 어느 친구와 뭐하며 놀지만 궁리하고, 저녁이 되면 ‘밥 먹어라’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뛰어 들어가면 하루해가 지는 삶이면 좋겠다. 언제나 그랬으면 좋겠다. 어른인척 하며 사는 게 버겁다.
다 커버린 어른이 어린이로 되돌아갈 수 없고, 앉을 아버지의 무릎도 만질 엄마의 젖가슴도 없다. 때가 되면 밥 먹으라고 나를 불러주는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런데도 마음은 여전히 어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러니 그 배우가 소박한 그 음식에 감격해 울컥했겠지. 그런데 예수님이 주시려는 하느님의 나라가 그런 곳인가 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15).”
예수님 말씀대로라면 마음은 계속 어린이여도 괜찮겠다. 아니 그래야겠다. 나의 어머니도 눈을 감으시기 전에 당신의 어머니를 찾으셨다. 천사 같은 분이셨다고 알려주셨다. 외할머니 이야기는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신도 당신의 엄마를 그리워하며 사셨나보다. 하느님은, 예수님은, 성모님은 어렵고 불편한 분이 아니다. 어려운 숙제를 내주는 선생님은 더욱 아니다. 가장 안전한 아버지의 무릎이고 제일 따뜻한 엄마의 젖가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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