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6월 20일 무지개

6월 20일 무지개

 

어느 TV예능프로그램에서 한 남자 배우가 프로야구 시구를 하게 되었다. 그는 그 공 한 번 던지기 위해 며칠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그는 어린이처럼 흥분했고 마치 자신의 꿈을 이룬 것처럼 기뻐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 그 야구구장에서 경기하는 프로선수들이 그의 영웅 같은 존재였는데, 이제 자신이 그 마운드에 서게 된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쁘다고 했다.

 

 

나에게도 그런 꿈이 있었나? 초등학교, 중학교 때 꿈에 대해서 적으라면 ‘신부’라고 적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초등생 때 복사하면서 그런 꿈이 생겨났던 것 같다. 그러면 왜 그 어린나이에 복사단에 들어갔을까? 부모님은 아실 텐데, 이제 여기 안 계시니 물어볼 사람이 없다. 돌고 돌아 마침내 사제가 되었다. 꿈을 이뤘다. 그 다음은?

 

 

사제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학공부 잘 따라가고, 큰 말썽 안 부리면 그냥 된다. 그러니 그건 꿈이 아니다. 인생의 꿈이라고 부르기는 너무 쉽다. 이제 보니 나의 꿈은 사제가 됨이 아니라 하느님을 앎이었다. 수도자로서 사제직을 수행하고 선교활동을 하며 하느님을 조금씩 알아간다. 수도자가 되는 것보다는 수도생활을 즐기고, 사제가 되는 것보다는 사제직을 더 잘 더 충실히 수행하려는 바람을 가진다. 나는 그것들을 통해 하느님을 알아 가고 하느님 곁으로 한 발 한 발 가까이 가고 있다.

 

 

악당 두목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모두 좋은 꿈을 꾸고 멋지고 아름다운 무엇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무엇이 되고 어떤 신분을 가지는 것은 꿈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 대신 그들이 하는 그 일을 평생 하게 되기를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하고 완전해져서 예술의 경지에 오르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그런 꿈을 가진 사람은 세상이 주는 찬사와 명예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들 각자의 꿈의 색은 달라도 그들은 결국 한 곳에서 만날 것이다. 밝은 태양빛이 무지개 색들을 다 담고 있는 것처럼 그들 모두 각자의 고유한 삶을 가꾸며 하느님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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