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14일(성 콜베 사제 순교자) 낮고 작은 문

8월 14(성 콜베 사제 순교자낮고 작은 문

 

어렸을 때는 위인전을수도생활을 하면서 성인전을 읽었다깊은 감동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부풀지만 나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노력해도 잘 되지 않으니 그분들의 삶은 별나라 얘기로 여기고 싶어진다때로는 그렇게 살려고 애쓰는 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냉소적인 마음으로 대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성인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수도생활의 단 한 가지 이유와 목적이어야 한다고 창립자 알폰소 성인은 말했다성인이 됨은 위인이 되고 인생 대박 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오히려 그 길은 가장 작아지고 낮아지는 곳으로 나 있다.

 

이제는 위인전도 성인전도 읽지 않는다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한다그 대신 거북이 등처럼 딱딱해지고 솥뚜껑처럼 커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과 새벽에 쓰레기를 치워가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 그리고 자신이 장기기증자임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왼쪽 가슴에 문신을 새겨 넣은 어떤 소방관이야기가 감동과 존경심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대웅전은 높은 곳에 있고 그 앞에는 누각 같은 것이 있어서 그곳에 가려면 머리를 숙이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하늘나라에 들어가려면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작아지고 낮아져야 한다(마태 18,3). 그리고 하느님은 가장 작은이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나처럼 똑같이 사랑하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외우고 또 외워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땅 속의 벌레가 다칠까봐 뜨거운 물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던 조상들의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그런 마음이면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낮고 작은 문을 찾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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