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9월 7일 새 옷

9월 7일 새 옷

 

고장 나면 고쳐 써야하지만 과감히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당신의 자녀들에게 주신 새 옷이고 새 포도주이다. 새 옷을 찢거나 그 단추를 떼어내어 헌옷을 수선하지 않는다. 헌옷은 치우고 새 옷은 기분 좋게 입으면 된다.

 

세례는 새로운 금령들을 받고 생소한 종교적 용어들을 배움이 아니고, 헌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 그리스도로 갈아입음이다.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갈라 3,27).” 예수님의 마음으로 그분이 사셨던 것처럼 살겠다는 결심이고 그분은 이렇게 야무진 결심을 한 당신의 형제자매들을 도와주신다.

 

그리스도인들은 주일미사참례 의무를 지키려고 가장 편하고 빠른 미사시간을 찾거나 판공 고해성사 때를 기다리고 금요일 금육을 지키기 위해 생선음식을 찾고 음식 앞에서 성호경을 하나마나 고민하는 것보다는 선한 의지와 연민을 더욱 크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것은 그리스도인들만의 고유한 마음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지닐 수 있는 마음이고 그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와 성사배령은 의무나 규칙이 아니고, 선한 의지와 연민을 키우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게 하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죄 선언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분께서 어둠 속에 숨겨진 것을 밝히시고 비록 그대로 다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마음을 지니고 살았는지 드러내실 것이다. 그때 하느님은 부족한 실천을 나무라시지 않고 그렇게 살려고 나름 노력한 나를 칭찬해주실 것이다(1코린 4,3-5). 모든 금령과 규칙을 다 알고 그대로 지킬 수는 없지만 착한 마음과 연민은 계속 키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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