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9월 18일 살 수 있게

9월 18일 살 수 있게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셨다. 이방인들의 청원도, 뒤에서 몰래 당신의 옷에 손을 댄 여인의 들리지 않는 청원도 들어주셨다. 죽은 외아들을 묻으러 따라가는 그 과부(루카 7,12)는 자신 앞에 있는 그분이 누구신지 모르거니와 어떤 청원도 할 수 없다. 외아들은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남편에 이어 외아들도 잃었으니 그에게 희망이란 없었다. 그도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예수님은 그 장례행렬을 멈추게 하신다. 청을 받지도 않으셨지만 그분의 마음은 이미 움직였다. 당신이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실지 이미 결정하셨다. 아니 결정되었다. 거의 본능적이다. 마치 무엇인가 당신의 내장을 쥐어짜듯 아프셨을 것이다. 그것이 그분의 연민이고 자비이다. 예수님은 그 과부의 인생에 관여하셨다. 스스로 그의 삶에 엮이셨다.

그 과부에게 “울지 마라(루카 7,13).” 세상 그 누가 외아들을 잃은 과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나?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루카 20,38).” 그래서 그분은 죽은 이 앞에서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루카 7,14).”고 명령하신다.

하느님 앞에서는 죽음이 없다. 육체는 땅에 속해서 때가 되면 자연의 법칙에 따라 땅으로 돌아가지만 우리의 영과 생명은 하느님께 속해서 그분의 뜻에 따라 그분에게로 오라고 초대받았다. 그 초대장이 연민과 자비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우리는 장례행렬을 막아설 수는 없다. 그러나 죽은 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웃이 될 수는 있다. 그다음부터는 주님께서 일하실 것이고, 그들은 되살아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