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연중 5주일) 더 깊은 곳으로
예수님은 밤새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은 시몬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어부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 말씀을 따랐고, 과연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을 체험한 베드로는 두려움에 휩싸여 그분에게 벗어나기를 바랐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를 이제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들어주겠노라고 약속하셨습니다(루카 5,10). 그가 새로운 직업을 갖게 해주셨다보다는 그의 인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데에 그물을 던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보통 더 깊은 영성생활로 초대하는 것으로 이해하곤 합니다. 그런데 더 깊은 영성생활이라는 말이 왠지 넉넉한 사람들의 사치스러운 고민처럼 들립니다. 마음이 꼬여 있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생활을 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더 깊은 영성생활은 고사하고 주일미사참례 아침저녁기도 등 기본적인 신앙생활도 버거울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시고 당신도 가난하게 사셨으며 가장 작은이들과 하나가 되셨던 주님께서 그렇게 사치스러운 말씀을 하셨을 것 같지 않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는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먹고사는 것만이 우리가 수고하고 고생하는 유일한 목적이라면 인생은 참 초라하고 비참합니다.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그 육신생명을 위해서 그 많은 수고를 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매일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우리와 함께 계시고 또 그 인생길을 동반하신다고 믿습니다. 기도와 성사를 통해서 자주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어쩌다 한 번 주님이 함께 계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고 대박나는 길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 대신 진정한 인생대박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그물이 찢어지고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해주셨습니다. 그분은 차고 넘칠 만큼의 풍요로운 어떤 것을 갖고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의 땀과 수고를 풍요로운 그 어떤 것을 얻는 도구가 되게 하십니다. 인생이 그 많은 땀과 수에도 결국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허무한 것이 아님을 알려주십니다. 우리의 믿음은 그것이 하느님의 자녀요 예수님과 더불어 우주만물의 공동상속자가 된다고 알려줍니다. 내일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하고 주일인 오늘도 일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도자들처럼 매일 정해진 시간마다 기도할 수 없고 자주 성사배령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며, 속상하고 마음이 무너질 때 예수님을 찾으며 기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 하느님과의 작은 만남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부르게 먹이셨고 어부도 못한 일을 해주신 분이니 그런 짧은 만남만으로도 우리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어주실 수 있습니다. 수고하며 일하지만 그것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게 해주시고 그 수고를 통해 우리 가까이에 있는 풍요로운 하늘나라로 이끌어주십니다, 더 깊은 곳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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