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2월 13일 경외심

2월 13일 경외심

 

예수님은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마르 7,15).”고 선언하시며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셨다. 그런데 그 시대에는 부정한 음식과 정결한 음식에 대한 엄격한 율법이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또는 당신이 율법의 제정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고 가르칠 수 없었다.

 

오늘날 부정한 음식을 먹어 사람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른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행과 악행은 그 사람의 마음 안에서 시작된다. 칼이 악한 것이 아니라 그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 악한 마음을 품는다. 요리사가 칼을 잡으면 맛있는 음식이 나오고 원한을 품은 사람이 칼을 잡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야생동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만 사냥을 한다. 책이나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면 원주민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고 벌목했으며 자신에게 생명을 내준 것들에게 정중한 예의를 갖췄다. 숭배의 대상이었고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것들을 밝혀내는 오늘날 우리들은 과연 짐승이나 원시인들을 야만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한다. 거기서 선행과 악행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에덴동산에 생명나무와 선악과를 심어 놓으신 것처럼(창세 2,9) 그 성찰 한가운데에는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이 있어야 한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참되고 참돼서 또 너무 아름다워서 그분을 눈을 뜨고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은 생명을 조작할 수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고 큰 악행을 저질렀어도 그의 생명을 앗는 벌을 줄 수 없다고 가르친다. 더 나아가 선과 악을 구별하는 권한도 하느님께 맡긴다. 예수님도 그렇게 하셨다.

 

스승이며 주님이신 예수님, 주님의 겸손과 완전한 신뢰를 가르쳐주시어 저희 안에서 악행이 자라날 수 없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가 성찰하고 기도하는 동안 제 마음이 주님의 마음을 향하게 인도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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