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화해와 평화
한국교회의 권고에 따라 사순시기 동안 밤 9시에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기로 했다. 뉴스를 보고 온통 헝클어진 마음으로 형제들이 모여 기도한다. 양팔묵주기도도, 1시간 동안 하는 성시간도 아니다. 기도서에 나오는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와 주모경이 전부다. 외형적으로는 보잘 것 없는 기도이지만 그 마음만은 참으로 진실하고 또 간절하다.
결정사항도 의무이기 때문도 아니다. 우리 민족의 화해와 평화가 간절하지만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이 큰 숙제를 어떻게 풀 수 있는 방법을 도무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절하지만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무기력한 마음이며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청한다. 예수님께서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마태 18,19)”이라고 말씀하셨고 게다가 네 사람이 모여 기도했으니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화해와 평화는 하느님 현존의 뚜렷한 표징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경험하듯이 그 길은 참으로 험난하다. 그렇더라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믿는다(로마 8,28).
화해와 평화를 방해하는 이들, 어깃장을 놓는 이들이 정말 밉지만 듣기 싫고 무시하고 싶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나쁜 사람들이라고 심판하는 마음을 버리고 있는 힘을 다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바로 그것이 화해와 평화로 가는 길의 출발선이다. 자신도 한 왕국의 임금이면서도 더 큰 지혜를 얻으려고 솔로몬을 찾아왔던 그 여왕과 풍족하게 잘 살고 있는데도 요나의 설교를 듣고 통회하고 뉘우치며 지극히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기대했던 느네베 사람들처럼(루카 11,31-32) 우리도 낮추어야 한다. 그래야 악이 훼방을 놓을 수 없고, 그보다는 주님께서 일하시기 훨씬 수월하실 것이다.
화해와 일치를 바라시는 주님, 저희 안에 용서, 화해, 이해, 겸손을 가르쳐주시어 주님께서 원하시는 평화의 선물을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죄가 많은 곳에 은총도 많았던 것처럼 단 하나뿐인 분단국가인 바로 이곳이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 되게 저희를 주님의 길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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