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투명한 육체
니코데모는 참 괜찮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학식 있는 사회 지도층이었는데도 아무런 배경도 없는 예수님의 언행을 보고 그분이 하느님의 사람임을 알아보고 고백하였다(요한 3,2).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단죄하고 체포하려고 했을 때 그들의 핀잔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게 율법조항을 언급하며 바르게 심판할 것을 요구했었다(요한 7,51). 그리고 예수님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그분의 장례를 위해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 리트라쯤 가져왔었다(요한 19,39).
그렇지만 그는 남들의 눈을 피해 밤에 예수님을 찾아왔었다. 마음은 끌리지만 아직 그것을 공적으로 고백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살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는 많은 지식과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예수님을 하느님이 보내신 분이라고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예수님을 고발한 다른 지도자들도 심지어 빌라도도 그분이 사형당할 만한 죄가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올바르게 판단하고 심판하지 못했다. 그분은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느님이 구세주를 보내주신다고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고 저런 방식은 아닐 거라고 믿었던 것일까?
철학과 신앙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구렁 같은 것이 있다. 철학은 신앙과 함께 계단을 잘 오르다가도 어느 시점에서 끊어진 계단을 만난다. 신앙인은 그 끊어진 계단을 훌쩍 뛰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만 철학자들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인간의 지식이 지닌 한계이고 그래서 어두움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희생을 이해할 수 있지만 하느님이 사람이 됨도 그렇지만 하느님의 죽음, 그것도 죄인들을 위한 희생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밤에 예수님을 찾아 온 니코데모의 모습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로 다시 태어났다. 하느님의 영에서 태어나 하느님의 자녀, 예수님의 형제자매, 하느님 나라의 공동상속자가 되었다. 영은 내 안 깊숙한 어디엔가 있다. 거기에서 모든 삶이 시작된다. 육체가 그것을 감싸고 있다. 그런데 육체는 흙으로 만들어졌고 거기에 온갖 지식들이 스며있으며 많은 상처가 새겨져서 봐도 잘 보지 못하고 들어도 잘 듣지 못한다. 그리고 영에서 나오는 참됨과 선함은 왜곡되거나 아예 밖으로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마르 14,38). 그래서 버리고 비우려고 한다. 쓸데없는 것들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필요한 것도 안 가져본다. 가난이 좋아서가 아니라 하느님께만 의존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꿈도 의지도 모두 버린다. 그러면 내 몸도 투명해져 하느님의 영이 내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시지 않을까?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주님은 진리요 생명이시니 우리가 따라가야 할 길입니다. 가볍게 어린이의 마음으로 주님의 뒤를 따를 수 있게 이끌어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의 발걸음을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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