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복자 윤지충과 동료 순교자들) 작은 순교자
가톨릭교회는 순교의 역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분들의 충성심과 순수한 열정에 감동을 받아 나도 그렇게 살고 또 죽고 싶은 열망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그런데 그 감동은 오래가지 못한다. 순교자들처럼 순수한 열정으로 내게 주어진 삶을 참되고 선한 것에 헌신하고 싶은 열망에 타오르지만 실제로 그런 과제가 주어지면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곤 한다.
그것은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연 그것이 하나뿐인 내 삶을 희생하고 헌신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윤지충 복자의 순교도 억울한 면이 있다. 나도 어렸을 때는 천주교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교회가 이를 허락한다. 부모와 조상을 기억하고 공경함이 어떻게 하느님의 가르침을 거스르겠는가? 어느 신학자의 말 대로 교황청은 조상제사를 미신으로 규정했던 것에 대해 한국교회에 사과해야 할 것이다.
뜨겁게 일하고 헌신한 그것이 가치 없는 일이면 어떻게 하나? 그런데 이런 마음 안에는 여기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 나의 이름을 여기에 남기고 싶은 욕망이다. 순교자들은 박해하는 권력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 자신의 신앙을 고집하여 이웃을 해치지 않았다. 억울하게 죽은 윤지충 복자도 하느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믿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요한 12,25)”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은 순교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분들이 섬겼던 하느님을 나도 그분들처럼 조용히 섬겨야 할 텐데.
예수님, 믿음이 약한 저에게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 사라져갈 세상에 마음을 주지 않고 주님과 많은 작은 순교자들이 함께 사는 영원한 그 세상에 마음을 두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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