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연중 13주일 교황주일) 영적인 삶
예수님은 당신이 사시던 하늘나라를 전해주러 이 땅으로 내려오셨다. 그분은 우리 중의 하나가 되셨고 우리들 중에 하느님과 그분이 다스리시는 나라를 아는 유일한 사람이셨다. 그분은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 가르치셨지만 그분의 가르침도 우리의 이해도 그 한계는 분명했다. 처음부터 이 땅에서는 그것을 완전히 알아들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해보다는 믿음을 요구하셨을 것이다.
예수님은 여기서 그 일을 다 마치시면 그분은 계시던 곳으로 되돌아가시기로 되어 있었다. 그분의 귀향이 우리 눈에는 죽음이었다. 게다가 그 죽음이 누명을 쓰고 죄인으로 벌을 받는 것이었으니 제자들은 그분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분의 삶과 죽음은 어딘가를 똑바로 가리키고 있었지만 제자들의 시선은 그분의 손가락 끝에 멈추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는 사마리아에게 벌을 내리자고 제안했을 것이다. 예수님도 그럴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야단만 맞았다(루카 9,54-55). 육적이고 물질주의적이며 동물적인 세상 너머에 있어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 하늘나라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하느님은 진리요 모든 선의 근원이시니 그 안에 사는 이들은 평화롭다. 하느님이 다스리는 나라에 사니 아프거나 굶주리는 이가 없고 다투지 않는다. 거기에는 폭력과 죄는 들어올 수 없다. 우리는 그런 곳을 찾는다. 지금 여기에 그런 곳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웃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까지 서로 사랑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우리들은 바보취급받기 딱 좋다. 사실 주님이 먼저 그러셨으니 그분의 종들도 그렇게 됨은 당연하다.
목적인 선하면 수단도 선해야 한다. 악한 수단으로 선을 이룰 수 없다. 평화를 바란다면 그 방법도 평화로워야 한다. 예수님은 세상에 하늘나라를 전해주러 오셨고, 여기서는 그 나라를 평화라고 부른다. 그런데 모두가 평화를 바라는데도 그 길은 참 험난하다. 예수님도 이미 예고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그 대신 그럴 수 있는 힘과 권한도 주셨는데 그것은 오직 주님께만 의지할 때에만 부여되는 것이다(루카 9,1-3).
이 땅 위에 발을 단단히 붙이고 눈은 저 하늘을 바라보며 산다. 하늘을 바라본다고 땅의 일에 무관심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충실히 살지만 세상에 애착을 가지지 않는다. 예수님께 가까이 갈수록 가난하게 될 것이고 바보라고 불리게 될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그 길을 따라간다. 하늘나라로 가는 다른 길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평화를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평화의 길을 따라 걸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성령님께서 바로 그 길로 이끄신다고 믿는다.
예수님, 사람들은 여기에 저기에 속하라고 팔을 잡아당깁니다. 이 말을 들으면 이 말이 옳은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또 저 말이 옳은 것 같습니다. 이런 혼란 중에도 주님의 길을 찾고 그 길을 충실히 따라가게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길의 인도자이시니 저의 발걸음을 주님의 길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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