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7월 10일 하느님의 약속

7월 10일 하느님의 약속

 

예수님은 제자들 중 열두 명을 골라 사도로 임명하셨다. 그중 하나가 예수님을 배반하고 떠나가자 성령님은 다른 사람을 뽑아 그 자리를 채우셨다(사도 1,26). 그들의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으니 꼭 그들이어야만 할 필요도 없었고 또 꼭 열두 명이 필요해서는 더욱 아니었다. 열둘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열두 지파는 하느님을 알고 그분이 다스리시는 모든 이들을 상징한다. 우리 하느님은 스스로 당신께 등을 돌리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 특히 길 잃고 헤매는 모든 이를 당신 집으로 모아들이신다(마태 10,6).

 

수도원에는 뭔가 특별하고 신비한 것이 있을 줄 기대했었나 보다. 특별하고 신비한 것이 있다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평범한 죄인들을 불러 모아 당신의 일을 이어가게 하신다는 것이다. 성경이 지지리 못난 죄인들의 이야기, 그들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이야기인 것처럼 수도생활도 선교사의 삶도 그러하다.

 

하느님은 인간의 죄마저도 구원의 도구로 사용하신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완전하시니 부족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신데 구원을 위해 인간의 죄가 필요하셨을 리가 없다. 그저 인간은 본성상 죄로 기울어지게 되어있음을 듣기 좋게 하는 말이라고 알아듣는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셨고 회개하라고 외치셨다. 마음을 바꾸고 삶을 바꾸라는 하느님의 간절하고 애정 가득한 호소이다.

 

그분이 우리의 하느님인 것은 기적을 일으키는 그분의 능력보다는 끝까지 약속을 지키시는 그분의 신의이다. 우리의 믿음은 사라지는 아침이슬 같지만 그분의 신의는 사철 푸른 소나무와 모진 비바람에도 꿈쩍 않고 늘 그 자리에 그렇게 있는 저 바위 같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나의 약점과 결점들을 극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잠시 우울해지지만 그래서 하느님이 이런 일들을 계획하고 벌이신 것임을 기억하면 금방 그 슬픔은 기쁨으로 바뀐다. 나는 못하지만 그분은 꼭 하시고야 만다. 나는 믿는다, 그분의 약속을.

 

예수님, 죽음도 당신의 신의와 사랑을 무너뜨릴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부활을 쉽게 말하지만 땀에 피가 섞일 정도로 당신의 인성(人性)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늘 그 고마움을 잊지 않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슬픈 듯 보이는 어머니의 얼굴은 아드님이 겪으셨고 또 오늘도 겪으실 그 수난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죄송하고 면목 없지만 그보다는 그 선물을 기쁘게 받을 때 주님께서 기뻐하심을 믿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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