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영원하신 말씀
더우면 덥다고 추우면 춥다고 불평한다. 여름이니까 덥고 겨울이니까 추운 거라고 생각하면 좀 불편하기는 해도 참을만하고 덜 시끄러울 텐데. 덥고 춥고 비가 오고 지진이 나는데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과학이 발달해서 하루 이틀 전에 그것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고작이다. 세상이 끝남을 알아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 조용히 그 시간을 맞는 것 말고는.
세상 모든 것들은 어디서는 생겨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사라진다. 정말로 영원한 것은 없다. 하느님만이 영원하시고 그분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사셨고 오늘도 우리와 함께 계신다고 믿는다. 예수님의 삶이 곧 하느님의 말씀이다. 우리는 말과 행동이 같지 않지만 그분은 마음과 말과 행동이 하나다. 세상 모든 것이 사라져도 그분의 말씀은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것을 알았는지 베드로 사도는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라고 말했다.
성경은 투박하고 거친데도 스테디 베스트셀러다. 아마 세상 마지막 날까지 성경을 이길 책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같은 말씀을 여러 번 읽지만 읽을 때마다 다르게 들린다. 말씀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세상이 변하기 때문이다. 내가 성경을 읽지만 사실 하느님의 말씀이 나를 읽는다. 말씀은 나의 마음을 비추고 삶을 인도한다.
단순히 숨 쉬며 살아있음이 내 삶의 목적이 아니다.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이 나의 삶도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 열매는 내 육체가 만들지만 그것이 먹을 만한 것이 되게 하는 것은 나의 영이고 그 안에 하느님의 말씀이 있다.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라면 그 열매는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음식점 앞에 진열되어 있는 플라스틱 모형처럼 먹을 수는 없을 거다.
나무에서 열매를 얻기 위해 농부는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도 늘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결국 하늘이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맺는다. 나를 자라고 키우시는 분도 하느님이시다. 땅 속에 씨앗이 패고 줄기와 잎이 나오는데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그리 되는지 모른다.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그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하느님의 말씀도 내 안에서 그렇게 자란다. 나는 거기에 아무 것도 하는 게 없다. 그저 조용히 그리고 가장 편안한 마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거뿐이다. 오늘이 세상 마지막 날이라도 아무 것도 할 게 없음을 아는 마음이 되는 거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한 2,17).”
예수님, 주님께서 뿌린 씨앗이 제 안에서 자랍니다. 어렸을 때는 수박씨를 삼키면 제 안에서 수박이 자라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자라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제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게 가장 안전한 곳은 어머니 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이 자라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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