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20일(성 베르나르도) 영원한 갈증

8월 20일(성 베르나르도) 영원한 갈증

 

재물은 나쁘지 않지만 그것에 마음을 너무 많이 빼앗기면 하느님과 멀어지게 된다. 사는데 이러저러한 것들이 필요하다. 그것들 중에는 꼭 필요한 것도 있고, 있으면 좋고 없으면 조금 불편한 것들도 있고,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나은 것들도 있다. 그러니 꼭 필요한 것들만 가까이 두고 살면 좋겠다. 그러면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하느님께 드릴 수 있을 테니까.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고(마태 6,21), 여기서 나의 선행과 희생에 대한 칭송과 보답을 받으면 저기서 하느님께는 아무 것도 받지 못한다(마태 6,2.5). 오른손이 하는 선행을 왼손도 모르게 하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골방에 들어가 마음 깊은 곳에서 은밀하게 주님을 만난다. 사는 데는 이것저것이 필요하고 마음을 나눌 친구도 필요하지만 그것들이 깊은 갈증을 해소시킬 수는 없음을 안다. 그래도 내가 살 수 있게 하고 잠시 쉬고 위로해주며 그리고 하느님을 더 갈망하게 도와주니 고맙다.

 

하루를 힘겹게 살고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이웃들에게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사치스럽게 들릴지 잘 안다.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이 배불리 먹이시는 이들을 그들에게로 보내신다. 그들을 위로하고 도와주며 그들의 좋은 벗이 되라고 보내신다. 당신이 그렇게 하시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우리를 보내신다.

 

영화에서 그리고 가끔 실제로 인생역전과 성공신화를 이룩한 사람들을 본다. 그건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있는 일이고 실제로 그런 사람은 매우 적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 인생역전을 이루거나 개천에서 나온 용과 같은 사람이라고 보도되는 이들도 잘 살펴보면 그에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거나 그렇게 되기 좋은 배경이 이미 있었다. 그런데 이런 현실에 실망한다면 마음이 아직도 이 땅에 붙들려 있다는 증거일거다. 확률이 약 800만분의 1인 로또 1등에 당첨되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세상 삶은 지나가고 하느님의 품은 영원하다. 여기서부터 영원한 세상을 알고 마음에 품고 산다면 잠시 지나치는 이 세상살이도 행복할 것이다.

 

예수님, 주님은 저희에게 아버지 하느님을 신뢰하고 따르는 법을 가르쳐주시고 그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흙으로 만들어진 몸인지라 이 땅의 세상살이가 아주 익숙한데도 한 번도 보지 못한 주님 계신 곳을 그리워합니다. 아마도 땅을 지으실 때 흙속에 그 갈증을 섞어 넣으셨나봅니다. 오늘도 그 갈증을 따라 살고자 하오니 이끌어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주님의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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