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와서 보시오
성소주일이 가까이 오면 주일학교교사들이 수도원을 방문할 수 있겠느냐고 문의한곤 한다. 미안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한다. 내 집이 특별하거나 신비스러워서도 아니고 세상 사람들에게 개방할 수 없는 절대적 봉쇄구역이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남자들만 모여 사는 곳이 뭐 특별한 게 있겠나? 조그만 방만 여러 개 있고 큰 솥과 넓은 식당이 다르다면 다를까, 사실 본당 교육관도 그렇지 않나? 본당에도 잘 꾸며지고 갖추어진 성당이 있다. 내가 사는 집에는 특별히 보여줄 게 없다.
세례자 요한의 소개로 당신을 찾아왔던 안드레아에게 예수님은 “와서 보아라(요한 1,39).”하시며 그의 동료와 함께 하룻밤을 묵게 하셨다. 머리 둘 곳도 없이 지내셨던 그분의 자리가 뭐 특별한 게 있었겠나. 그런데도 안드레아는 메시아이신 그분을 만났다고 그의 형 시몬 베드로를 초대해 예수님을 만나게 했다. 그 후 예수님을 만난 필립보도 역시 그의 동료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시오(요한 1,46).”하며 그를 초대했다. 예수님을 만난 이들은 모두 그분을 메시아로 고백했다. 도대체 가서 무엇을 보았기에 그 짧은 만남으로 그런 고백을 하게 됐을까? 그분의 옷이 눈부시게 빛났을까? 눈이 너무 맑고 깊어서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했을까?
오늘 우리는 그 때 그들의 고백이 완전하지 않았음을 잘 안다. 우리 믿음에 불신이 포함되어 있듯이 그들의 고백도 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그들도 예수님의 뒤를 철저히 따랐다. 예수님처럼 살고 예수님처럼 죽었다. 파견된 이는 파견한 분의 뜻을 기억해야 한다. 그분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셨는지 마음에 새겨야 한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실 것처럼 사람들을 위해 일하셨지만 내일 떠날 나그네처럼 다니셨다. 그분은 자유로우셨고 행복하셨다. 당신을 보내신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잊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충실하셨다.
수도원에는 특별히 보여줄 게 없다. 하늘을 아무리 오래 깊이 관찰해도 거기에는 하늘나라가 없다. 예수님의 겉모습에는 특별하고 신비로울 게 없었을 거다. 그런데 그분은 초대받은 이들에게 약속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51).”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지니고 사셨던 그 마음을 보면 하늘나라를 보게 될 것이다. 그 마음을 보려면 그분이 사셨던 것처럼 살아야한다.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1요한 2,6).”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은 세상에서 제가 따라야할 유일한 분이십니다. 머리 둘 곳 없는 나그네와 반대 받는 표적이 되셨어도 완전히 자유롭고 행복하셨다고 믿습니다. 당신을 주님이시라고 입으로는 고백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땅에 붙잡혀 있어서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발목에 감겨있는 이 끈들이 다 끊어지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 사랑의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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