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고요한 진리
추석이 다가오니 온 산이 예초기 소리로 가득하다. 이름 모르는 저 풀들은 심지도 가꾸지도 않는데 어떻게 저렇게 잘 자랄까? 몇 해 전 강아지들이 사막처럼 만들어 놓은 잔디밭이 그들이 사라지자 1년도 채 되지 않아 제 모습을 되찾았다. 자연의 생명력과 회복력이 너무 놀라워 두렵기까지 하다.
진리 안에는 폭력이 없다. 아니 있을 필요가 없다. 진리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거짓 안에 온갖 술수와 폭력이 가득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진리의 힘을 이겨낼 수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흐려놓아 진리의 빛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거짓들보다 온 산을 뒤흔드는 예초기 소리가 차라리 듣기 편하다. 예초기 소음은 그것뿐이지만 세상의 거짓들 안에는 속임수가 가득해서 귀뿐 아니라 마음까지 시끄럽게 만든다. 진심으로 진실만을 반기고 진리를 따른다면 세상은 참 평화로울 텐데.
세례자 요한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이면서 우리를 신약으로 넘어가게 하는 다리였다. 예수님이 “여자에게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라고 칭송하신 탓일까, 복음서는 그의 탄생과 죽음을 기록하고 교회도 그 사건들을 기념한다. 그것은 그가 예수님 바로 앞에서 그분이 가실 길을 닦았기 때문이다. 그의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까지도 예수님 삶의 예고였다. 진리를 외친 요한도 진리 자체이신 예수님도 부정하고 야비한 폭력에 희생되셨다. 그러나 폭력을 휘두른 그 헤로데는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자신이 죽인 요한이 되살아났다고 두려워하였다(마태 14,2; 마르 6,16; 루카 9,9).
진리는 죽지 않는다. 그것을 따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시끄러운 곳에 하느님은 계시지 않는다고 배웠다. 진리는 고요하지만 거짓은 소란스럽고 폭력적이다. 진리의 빛을 가리려하기 때문이다. 주위가 고요해져야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진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눈을 감아야 그 빛을 볼 수 있다.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세상의 폭력이 아니라 내가 그 고요한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 온화한 빛을 보지 못함이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의로움과 진리를 따르는 사람들은 박해를 받았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 그들이 눈에서 사라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10).” 하느님의 약속이다. 박해받음 그 자체로 그들은 이미 하늘나라에 있다.
예수님,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이 옳고 제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를 바라는 마음을 주님 앞에서 모두 내려놓습니다. 떨리지만 언제나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제 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정말 제가 두려워해야할 것은 세상의 폭력이 아니라 제가 주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진리의 길을 충실히 걸어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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