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겉에서 속으로
성찬례, 미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절정이고 중심이다. 예식으로서가 아니라 나눔 희생 사랑이라는 그 의미를 넘어 그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과 하나가 되는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너무 특별해서 사람들은 이 세상의 시간과 공간을 떠나 예수님이 사셨던 그 시간과 공간, 특히 그분의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 사건의 현장으로 이동한다.
사제가 제일 먼저 성체와 성혈을 먹고 마신다. 그가 높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는 교우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가 먹고 마셨으니 교우들도 먹고 마신다. 그가 주님의 계명대로 사랑하니 교우들도 서로 사랑한다. 그가 주님의 십자가 길을 따르니 교우들도 그 뒤를 따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 이상과 많이 다르다. 사제도 이기적인 인간이고 죄인이다. 하늘의 품성을 지닌 사람이신 예수님을 따르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도 교우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니 겉으로라도 예수님처럼 살려고 하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속이 부대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그것을 위선이라고 고발하지 않는다. 속이 깨끗하지 않으니 겉이라도 잘 닦으면 속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세례가 아니가 그분의 계명을 지킴이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로 만들고, 수도서원과 사제수품이 아니라 그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실 정도의 친밀감이 그들을 예수님의 벗이 되게 한다.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을 드러나지 않는 무덤과 같다고 심하게 나무라셨다(루카 11,44). 겉은 깨끗하지만 그 속은 썩은 시체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그런 줄 모르고 사람들이 그들을 존경하고 부러워하고 따르려고 하는 위험을 고발하셨다. 수도자, 성직자라고 월등하게 선하지 않고, 그렇다고 사악하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죄인이다. 하느님이 그들을 돌보시는 것은 그들을 통해 예수님을 세상에 보여주려 하시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사람들이 그렇게 만난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 영원히 살게 하신다.
예수님, 주님만이 대사제이십니다. 여기서 사제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님의 모습을 지금 여기에서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 신성한 일을 죄인이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주님이 먹이시고 용서하시며 이렇게 매 번 큰 호의를 베풀어주시니 겉으로라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선행들이 속에도 생기를 불어넣어 주리라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실망하거나 체념하지 말고 꾸준히 선행을 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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