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1월 26일 영원

11월 26일 영원

 

남대문이 불타고 노트르담 대성당도 전소됐다. 부모님도 떠나셨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법정 스님도 돌아가셨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것이 진리인데도 결국에는 떠나가거나 사라질 수 있는 것들에 자꾸 마음을 빼앗긴다.

 

마음 안에는 영원한 것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이 있는 것 같다. 아마 하느님께서 숨을 불어넣으실 때 그것을 섞으셨나 보다. 때로는 자식이나 회사 또는 작품들이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라는 어리석음 때문에 그와 후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영원하기를 바란다.

 

하느님은 영원하시다. 비록 성직자나 교회가 하느님을 제대로 드러내 보여주지 못해서 사람들이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게 되어 지극히 송구하지만 그래도 하느님은 영원히 살아계시며 세상을 다스리신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산은 더 정직해진다. 감추어졌던 속이 거의 다 드러났다. 그 무성하던 잎은 다 떨어져 울창하던 숲이 가난해졌다. 그때가 되면 모두 그렇게 될 것이다. 아니 지금 하느님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이 그렇다. 우리가 그걸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고 혹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그럴수록 사는 게 거북하고 짐스럽고 버거워진다. 그분 앞에 우리 모두는 벌거숭이다. 알몸인 게 두렵기도 하지만 그처럼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예수님,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당신도 모르신다고 했지만 지금은 알고 계시겠죠. 여기 사는 저는 그걸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런데 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주님을 더 믿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일만 하겠다고 결심하고 그렇게 실천하는 것뿐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세상에서 충실하게 살지만 마음은 늘 영원한 것에 두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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