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누가 자고 있나?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조율이라는 제목의 노래 가사 후렴구다. 어지러운 세상을 피아노 조율하듯, 하느님이 엉망이 되어버린 이 세상으로 내려와서 천지창조 때처럼 질서를 잡아달라는 요청으로 들린다.
이런 가사를 만든 이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고 남는다. 그런데 우리 하느님은 이런 요청에 아무 대답이 없으신 것 같다. 그래서 그 작사가도 답답해서 질서를 잡아 줘야 할 그 하늘님이 잠자고 있다고 표현했나 보다. 하느님은 정말 주무시고 계신 걸까? 못 본 체하시나? 아니면 그런 능력이 없으신가?
우리 하느님은 가난뱅이가 되어버리셨다는 말이 다시 한번 기억난다. 우주 만물을 만들어 내주시고 아들까지 넘겨주셨으니 그분은 주무시거나 못 본 체하심이 아니라 우리에게 더 이상 해주실 게 없다는 뜻이 아닐까? 세상사를 조율하고 질서를 잡을 능력도 이미 오래전에 우리에게 넘겨주셨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받았으면서도 하느님이 주무시며 아무것도 안 하신다고 불평만 한다.
인류 공동의 집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안다. 하느님이 세상을 어떻게 만드셨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웃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도 안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 지도 안다.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몸소 보여주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믿는 그것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사다리이다.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하려 하지 않고, 이미 받은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이미 다 알려주시고 다 주셨다. 하느님은 주무시지 않는다. 우리의 능력이 잠자고 있다.
예수님, 그 백인대장은 주님을 감동시켰고 세상 모든 사람이 주님을 알게 해주었습니다(마태 8,10-11). 점령군의 대장이면서도 그 점령지의 보잘것없는 한 사람에게 청했고, 그들이 이방인의 집에 들어가지 않음을 알아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종이 나을 것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바로 그 백인대장의 겸손이 우리에게 주어진 질서를 잡고 사랑하는 능력을 발휘시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께서 가르쳐주신 천상 지식과 능력을 잘 사용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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