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2월 28일(죄 없는 아기 순교자) 그놈

12월 28일(죄 없는 아기 순교자) 그놈

 

주님 성탄 대축일 이후 바로 이어지는 팔일 축제 기간의 전례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거리의 성탄트리와는 사뭇 다르다. 첫 순교자 스테파노 축일에 이어 오늘은 아기 순교자들을 기억한다. 예수님 때문에 억울하게 살해된 이들을 기념한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시려고 아드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다(마태 1,21). 그러니까 우리는 죄의 굴레 속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듣기 거북하고 불쾌해도 사실이다. 나의 죄, 너의 죄 그리고 우리의 죄 속에 산다. 죄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죄를 짓는다. 원하지 않는데도 그것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그 굴레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 밖에서 누군가 나를 꺼내주던가 무조건 용서해주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아기들까지 죽인 헤로데를 야만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그때 그가 아무런 명분도 없이 그런 야만적인 행동을 했을까?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었을 것이다. 만일 예수님 때문에 그런 비극이 벌어졌음을 알았다면 과연 그 아기 엄마들은 아기들의 희생을 두고 하느님을 찬미했을까? 우리를 죄짓게 하고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그놈은 정말 간교하다. 연약하고 아둔한 우리는 그놈을 당해낼 수가 없다. 그놈은 철저히 어둠 속에 숨어서 나와 우리를 괴롭힌다. 마지막 날까지 그럴 것이다.

 

죄짓지 않는 사람 없고 약점 없는 사람 없다. 우리는 상처 입은 사람들이라서 보아도 잘 보지 못하고 들어도 잘 듣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그리고 이런 나에게 참된 빛이 들어오셔서 함께 사신다. 그 빛이 하느님이시며 그분께는 어둠이 전혀 없다(1요한 1,5). 그 빛이 나의 어둠을 비춘다. 마구간처럼 냄새나고 더럽고 정돈되지 않아 남에게는 물론이고 나조차도 보고 싶지 않은 어두운 그곳을 밝힌다. 그 빛이 내 어둠에 드리우는 순간 후회스럽고 괴로워 죽고 싶을 정도 부끄럽지만 그것은 잠시이고 곧 평화스러워진다. 하느님은 용서하시고 바로 그런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우리의 빛이신 구세주 예수님, 주님은 너무 밝아 맨눈으로는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 대신 눈을 감고 믿음으로 주님을 제 안으로 맞아들입니다. 주님이 비춰 주셔야 할 어두운 구석들이 아직 많지만 주님은 서두르거나 보채지 않으십니다. 제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야곱의 아들 요셉은 가뭄의 재앙에서 가족들을 이집트로 불러내었고,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을 헤로데의 폭행을 피해 이집트로 피신시켰습니다. 이제는 길의 인도자이신 어머니께서 저를 그놈의 속임수와 폭행을 피해 가게 도와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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