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월 12일(주님세례) 참 좋으신 하느님

1월 12일(주님세례) 참 좋으신 하느님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어떤 사람이 손에 5만 원짜리 지폐를 들고 군중을 향해 ‘이 돈 가지실 분∼’하고 외치자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는 지폐를 구겨 군중에게 다시 그러자 여전히 모든 군중이 손을 들었다. 그다음 그는 그 지폐를 땅에 떨어뜨려 발로 밟고 다시 외치자 손드는 사람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그 돈을 달라고 했다. 돈은 구겨지거나 땅에 떨어져도 또 누가 그것을 밟아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우리가 그렇다. 아무리 죄인이어도 스스로 포기하지만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다.

 

주님의 세례는 주님 공현 중의 하나이다. 요한의 세례는 우리가 받은 세례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우리는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지만 요한의 세례는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마르 1,4; 루카 3,3; 마태 3,6)’로서,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거기서 돌아서겠다는 다짐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 죄인들의 대열에 예수님이 서계셨다. 죄를 지을 수 없는 분이 죄인들 가운데 서계셨다. 예수님은 당신이 죄가 없음을 아셨고, 요한도 그분이 거기에 서계실 수 없는 분임을 알았다. 그런데도 그분이 그러신 것은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기(마태 3,15)’ 위해서였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서였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죄인들 가운데 있는 예수님을 두고 하느님은 정말 기뻐하셨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

 

하느님의 이 사랑스러운 선언을 우리는 후에 그 산에서 다시 듣는다(마태 17,5). 예루살렘 입성 전에 거기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당신이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계셨다(루카 9,31).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계셨고 그들을 위해 수난하시고 십자가형을 받으셨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분을 사랑하신다. 예수님이 죄인들을 사랑하셨다는 말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그분은 하느님을 사랑하시고 참 좋으신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간 이들을 다시 모아들이셨다. 세상은 죄인이라고 낙인찍어 분리시킨 이들에게서 그분은 뭔가 좋고 선한 어떤 것을 보셨던 것 같다. 구겨지고 버려지고 발에 짓밟혀도 여전히 남아있는 그 가치 말이다.

 

죄인이 받는 세례를 예수님이 받으셨음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모르기 때문일 거다. 교부들은 이를 두고 예수님이 요르단 강물을 축복하신 것, 즉 세례수를 만드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물로 우리는 죄를 씻는 걸 넘어 새로운 인격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분을 따라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분의 자녀가 되어가는 중이다. 하느님이 일흔일곱 번만 용서하신다면 하느님은 아들 하나만 둔 아버지로 남고 그분의 그 큰 집은 영원히 텅텅 비어있을 것이다. 우리는 넘어지고 다치기를 반복하고, 길을 잘못 들어 긴 시간 동안 해메기도 하며, 알면서도 자꾸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 하느님은 우리가 목이 뻣뻣한 백성(탈출 32,9)인 줄 잘 아신다. 우리 같으면 최대한 일곱 번까지만 봐주겠지만 하느님은 끝까지 용서하신다. 이를 믿으라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외치신다. 나는 믿는다, 죽는 날까지. 믿지 않으면 그 어디서도 구원의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못 보지만 그분은 구겨지고 더러워진 내게서 뭔가 좋은 것을 보시고 나는 못하지만 그분은 나를 구원하신다.

 

예수님, 하느님을 알게 돼서 얼마나 좋고 이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 이 외롭고 거친 세상에서 죄인인 제가 희망을 잃지 않고 또다시 잘 살아보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것이 모두 참 좋으신 하느님 덕분입니다. 구원은 저의 모든 약점을 극복함이 아니라, 숱한 약점을 지녔는데도 선하신 하느님을 끝까지 믿는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세례로 받은 은총의 씨앗이 계속 자라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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