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월 27일 목자, 착한목자

1월 27일 목자, 착한목자 

 

주교의 복장은 복잡하다. 높은 모자를 쓰고, 커다란 지팡이를 들고, 널찍한 십자가를 찬다. 높은 모자는 고대 페르시아에 등장하는 빛과 진리의 신인 미트라스(Mitras)의 모자에서 기원하였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임금의 왕관처럼 권위와 권한을 상징하는 것 같다. 그리고 목장(牧杖)이라고 부르는 지팡이는 말 그대로 목자의 지팡이다.

 

예수님을 목자, 착한 목자에 비유한다. 농경문화 전통 안에 살아온 우리들에게 그런 비유가 마음에 잘 와닿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잘 안다. 목자는 자신에게 맡겨진 양들을 이리떼의 습격에서 보호하고 좋은 풀밭을 찾아 먹게 한다. 숲속에 들어갈 때는 꼭 장대를 든다. 잡목과 풀을 헤치는 것뿐만 아니라 뱀을 쫓고 혹시라도 멧돼지라도 만나면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교의 목장은 그런 의미일 거다. 지혜와 권위도 그런 것이겠지. 유혹과 혼란 속에서 교우들의 신앙을 지키고 굳건하게 해주며, 그들이 믿는 대로 살아가게 도와주는 일이다.

 

다윗은 양을 치는 목동이었다(1사무 16,11.19). 예수님은 족보상 그의 자손이고, 그분의 이미지도 역시 목자, 착한 목자이다. 다윗이 40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동안, 아니 하느님이 그를 선택한 그날부터 주님이 그와 함께 계셨고(1사무 16,13; 2사무 5,11), 예수님은 성령으로 잉태되셨고, 자라는 동안 지혜가 충만해지고 하느님의 총애를 받으셨다(루카 2,40.52).

 

예수님도 당신을 보내신 아버지의 성령에 따라 사셨다. 그 영이 예수님을 광야로, 호숫가로, 시장으로, 회당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십자가 위로 이끌며 우리의 착한 목자가 되게 했다. 주교가 예수님상이 없는 널찍한 십자가를 차고 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처럼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잘 모르고 때로는 내키지 않아도 교회의 가르침을 따른다. 죄인인 나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으며 섬기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다. 교우들은 그런 하느님이 성직자들을 통해서 자신들을 다스리신다고 믿고, 성직자는 교우들이 그런 마음을 알고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착한 목자이신 주님,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 놓습니다. 그게 인성(人性) 안에 담겨 있는 신성(神性)이고 거룩함입니다. 빈 마음이나 고도의 집중력이 아니라 십자가에 자신을 다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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