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2월 17일 믿고 앞으로

2월 17일 믿고 앞으로

 

어렸을 때 형님이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줬다. 대부분 그렇듯이 뒤에서 잡아주는 줄 믿고 혼자서 잘 달린다. 그러다가도 그게 아닌 걸 확인하는 순간 불안해져 넘어진다. 어린 몸은 스스로 균형 잡는 법을 금방 익히는데 그걸 믿지 못하고 뒤에서 뛰는 형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자전거를 잡아주고 있는 줄 믿고 달리는 거다.

 

복음은 기쁜 소식이다. 예수님이 복음을 전하러 이 세상에 오셨음은 우리가 기쁘지 않다는 뜻이다.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외치셨음은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음은 우리가 서로 사랑하지 않고 용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용서하고 사랑하지 않아 기쁘지 않은 우리 가운데 주님이 사신다. 우린 그걸 믿는다. 확인할 수 없어서 믿는다.

 

사랑은 믿음이고, 믿음은 인내이다.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이들에게 깊이 탄식하시며 대답하셨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마르 8,12).”하시며 쌩하고 떠나버리셨다. 하느님이 등을 돌리셨나? 아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거부했다.

 

하느님이 살아계심을 믿는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끝까지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는다. 아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믿는다. 세상에 부정과 불의가 판을 쳐도 믿는다. 주님의 계명을 지켜 손해만 봐도 믿는다. 원리와 원칙을 고수하다 차가운 시선과 함께 비난을 받고 끝내 홀로 남게 돼도 믿는다. 자주 실패하고 넘어져도 믿는다. 죽어도 믿는다.

 

주님, 말씀하셨죠?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4).” 여기서 잃으면 저기서는 차고 넘치게 주시리라 믿습니다. 잃을 것도 없는 제가 못 믿으면 아무도 기쁘게 해줄 수 없습니다. 믿음이 약한 저에게 믿음을 더 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구원의 신비를 믿음을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면 견딤이고 인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영리한 줄 알지만 어리석습니다. 특히 자신의 안위와 재물의 유혹 앞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고 도전과 비난에 움츠려들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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