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첫 토요일 성모신심) 성모님께 기도한다는 건
며칠 전 교황님이 모든 교우들에게 편지를 보내셨다. 내용은 간단하다. 성모 성월을 맞아 코로나로 가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때에 다 함께 소박한 묵주기도를 더 열심히 바치자고 하셨다. 그리고 기도문 두 가지를 보내시며 묵주기도 끝에 그 중 한 가지를 바치고 또 당신은 우리, 특히 가장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니 우리도 당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서로 잘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성모님 안에 영적으로 하나의 큰 가정이 되어 주님께 기도하자는 제안이다.
우리 가톨릭 교우 대부분은 성모님을 많이 좋아하고 사랑한다. 개신교 신자들이 우리를 마리아교 신자로 오해할 정도이다. 우리에겐 당연하지만 그들이 이런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 하느님과 직접 통교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성모님께 전구해달라고 청하냐는 거다. 우리는 왜 성모님께 기도할까? 그리고 무엇을 청하고 어떻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걸까?
이 세상에 성모님보다 예수님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잉태 순간부터 성장과정과 활동, 십자가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과 승천까지 성모님은 예수님의 모든 것을 지켜보셨다.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가셨지만 그분은 남아 제자들과 함께 계셨다(사도 1,14). 제자들이나 그분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그분을 부분적으로만 알았지만 성모님은 그분의 전체를 그리고 그분을 보내신 하느님의 뜻도 알고 계셨을 거다. 아니 하느님의 뜻을 알았다기보다는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를 아셨다. 어떻게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고, 어떻게 하느님을 끝까지 신뢰하는 건지 가르쳐주시며,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주셨다.
우리 하느님은 지극히 단순하신 분이니 그분과 통교하는 방법도 단순하고 우리 자신도 단순해져야 한다. 묵주기도 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너무 단순해서 지루하고 잠이 올 정도다. 성모님은 복잡하고 어려운 분이 아니다. 엄마를 어려워하는 자녀는 별로 없다. 이런 분이야말로 외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가장 잘 알게 해주시고 그분과 만나게도 해주실 수 있는 분이다. 우리가 성모님께 이것저것 주변 오만 걸 청할 수 있는 건 그분이 우리 엄마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이거저거 해달라고 기도하지만 그 기도와 청원의 진짜 내용은 하느님의 뜻을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금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건지 가르쳐주시고 성모님의 마음이 되게 도와달라는 거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하셨던 그 마음 말이다.
예수님, 주님이 저희와 같은 사람으로 저희와 함께 안 사셨으면 성모님을 저희 어머니가 되게 하실 생각 못 하셨을 겁니다. 저희에게는 엄마 그리고 엄마와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어머니만 함께 계시면 아무리 자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주위가 캄캄해도 그분의 손만 잡고 있으면 무섭지 않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바로 어머니와 눈이 마주칩니다. 어머니는 정확히 저를 바라보십니다. 오래전부터 그러고 계셨는데 제가 눈을 돌려서 비로소 알게 된 겁니다. 그 눈은 언제 어디서나 저희를 도와주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알고 믿게 해주는 눈입니다. 저희를 영원히 도와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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