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고해소에서
고해성사는 아주 간단한 재료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전한다. 죄의 고백이 가장 중요한 재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고해 사제가 읽어주는 사죄경이 제일 중요하다. 하느님께서 죄를 용서하셨음을 고해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전달해 주는 것이다.
고해 사제가 죄를 용서하는 게 아닌데도 가끔 사죄경을 읽어주는 데 인색해질 때가 있다. 고해자의 고백 내용 때문이다. 교우들 대부분은 성찰을 잘 못한다. 몇 달 만에 고해소에 와서 주일미사 한 번 빠진 게 죄 고백의 전부인 경우, 남의 죄를 고백하거나 심하면 그를 고발하는 경우, 죄를 고백하기 전에 그 앞뒤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때 등이다. 그리고 가장 힘든 건 같은 말을 계속 되풀이할 때다. 그럴 때는 ‘이제 그만하시죠.’ ‘자신의 죄를 고백하세요.’라고 말하며 그의 말을 끊기도 한다. 그런 말을 안 하려고 참다 보면 목구멍이 뜨거워진다. 그리고 그런 말이 튀어나려는 순간에 ‘조금만 더 들어라, 이제 거의 끝나간다.’ ‘끝까지 들어줘라.’ ‘잘 들어봐라, 다른 말을 하지만 그 안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다.’ 하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뜨거워진 목도 식는다.
제가 죄를 지어 참으로 사랑받으셔야 할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는 고백은 거의 듣지 못한다. 이미 고해소 밖에서 이런 고백이 담긴 통회의 기도를 바쳤기 때문인가 보다. 고해 사제의 수호자인 알폰소 성인은 고해 사제의 4가지 역할을 말했다. 그 첫째는 아버지의 역할인데, 이는 루카복음 15장의 집 나간 둘째 아들을 마을 어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 아버지이다. 그다음은 의사와 선생님이고 마지막이 재판장의 역할이다. 하느님은 무조건 용서하시고 치유하신다. 차근차근 잘 가르쳐주신다. 하느님은 그렇게 우리를 심판하신다.
어느 날 한 학생 형제가 자신도 설교를 잘 하고 싶다고 했다. 아주 좋은 바람이라고 칭찬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더 깊이 묵상하고 내면에서 울리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는 법을 배워 익혀야 한다고 말해줬다. 좋은 고해 사제가 되고 싶은 열망을 다시 한번 일으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의 행간을 읽어 시인의 마음과 메시지를 읽듯이 정돈되지 않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고백 속에서 고해자의 아픔과 용서받아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람을 읽어야 한다. 좋은 고해 사제가 되려면 무엇보다 내가 수없이 받은 용서와 무한한 자비를 기억해야 한다. 하느님의 마음으로 고백을 들어야 한다. 죄의 고백이라기보다는 지난번 고백의 녹음인데도 하느님은 오늘 처음 듣는 것처럼 들으신다. 고해 사제는 그런 척하며 듣지만 우리 하느님은 진짜로 처음 들으신다. 그전 것들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자하신 아버지 하느님, 주님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법을 배웁니다. 산을 할퀴고 바위를 부수는 폭풍 그리고 지진과 불속에서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언제나 그 뒤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용하게 말씀하십니다(1열왕 19,11-12).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좀 더 인내하고 너그러워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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