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언젠가 죽는다. 나는 무(無)에서 왔지만 다시 그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진흙으로 빚어진 이 몸이야 잠시 빌려 쓴 것이니 혹시 나중에 쓸 만한 것이 있으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그리로 다시 돌려주면 된다. 하지만 내 영혼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듣기는 했지만 아는 게 없다. 그런데 몰라도 된다. 사실 모르는 게 어디 그것뿐이겠나. 게다가 육체가 없으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죽음을 잊지 않지만 나에게는 삶이 중요하다.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여기뿐이다. 그리고 죽음도 삶의 일부임을 다시 기억한다. 시작이 있으니 끝이 있고, 살아 있는 것은 언젠가 모두 죽는다. 시작과 끝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하느님만 아신다. 나도 알고 하느님도 아시는 건 지금 여기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다.
나는 좋은 것도 알고 나쁜 것도 안다. 선행도 하고 악행도 저지른다. 마음으로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나는 잊어버리지만 하느님은 다 기억하신다.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 하느님은 다 아신다. 이 믿음이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두려움이고, 그분을 예수님의 아버지로 아는 이들에게는 평화와 구원이다. 참새도 그분의 허락이 있어야 땅에 떨어지고 그분은 나의 머리카락 숫자까지 알고 계신다니 두렵지 않다(마태 10,29-31). 반대로 어떤 이들은 그래서 하느님이 두렵단다.
생명만큼 큰 선물은 신앙이다.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은 하느님을 알아가고, 그걸 세상과 나눌 수 있음이다. 좋은 일을 하든 나쁜 일은 하든 삶이 수고스러운 건 매한가지다. 그러니 언제나 선행하느라 수고하는 게 지혜롭다. 그 길에서 실수와 실패 그리고 도전은 반갑지 않지만 그것도 여행의 일부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선행의 결과를 확인하지 못해도 괜찮다.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 길로 걸은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그 길 끝에서 마침내 나는 하느님을 직접 뵙는다.
예수님, 가장 간단하고 동시에 가장 어려운 말씀은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 겁니다. 누가 제 안에 몰래 심어 놓은 것인지 아니면 아직 제가 완성되지 않아 그런 건지, 제 안에는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이 늘 있습니다. 제 믿음 안에 불신이 늘 있는 것처럼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신다고 고백하면서도 여전히 하느님은 두려운 분입니다. 어쩌면 제 영적 여행길은 그 무서움을 떨쳐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수많은 이름 중에 이렇게 어머니를 부르게 된 것은 신앙만큼이나 최고의 선물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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