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7월 12일(연중 15주일) 탄식하는 세상 속에서 (+ mp3)

7월 12일(연중 15주일) 탄식하는 세상 속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됐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고, 이 사태가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우울한 발표를 했다. 정말 옷을 입듯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일까?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세상과 분리돼서 자연 안에서 그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원시부족과 같은 한 공동체를 상상해본다. 그들이 어느 날 이 도시 안으로 들어와 산다면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마치 외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문화와 생활에 충격을 받듯이 그들도 그럴 것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그들에게는 충격적인 생활과 사고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일까? 달에 도시를 세울 계획을 하고 인간도 복제해서 만들어내려는 세상이지만, 우리 안에는 아직도 야만스러운 문화와 사고방식이 남아 있다. 그것들은 어쩌면 편리와 효율을 이유로 새롭게 만들어진 것들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런 것들에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런 것들에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우리들을 보고 말이다.

 

예수님이 만난 세상이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느님의 품에서 나온 그분은 죄의 세상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대하고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다. 예수님은 창조주 하느님이 바라시는 참된 인간, 혹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본래 인간의 모습이다. 성경에서 첫 인간들이 살았던 에덴동산이 우리가 되찾아 가야 하는 곳인지, 아니면 새롭게 찾아가야 할 미지의 세상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런 곳에서 살기를 바란다. 걱정이 없고, 죽지 않고, 서로 알몸이어도 부끄럽지 않으며, 아버지나 어머니를 뵙듯 하느님을 만나는 세상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어떤지 바오로 사도를 통해 듣는 것 같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로마 8,22-23).” 우리가 다쳐서 회복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찾고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피조물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한다(로마 8,19). 세례예식을 치른 것으로 끝나지 않고, 기계적으로 성당을 드나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며, 법적인 의무 이행만으로 의롭다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어쩌면 잊어버린 우리 그리스도인의 참 모습을 되찾으라는 요구일지도 모른다. 세상과 떨어져 살던 그들을 만나도 어색하지 않다면 예수님의 삶이 신적이거나 유별나지 않다고 여길 것이다.

 

예수님, 저의 말은 허공에 흩어져 버리는 게 많지만 주님의 모든 말씀은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그런 주님의 말씀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듣고 믿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풀어야 할 문제들도 여전히 많고, 자주 실수하고 실패하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희 희망은 제 재능과 노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을 가리키고 계시니 저희의 참된 모습을 찾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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