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순진한 낙천주의자
택배기사님은 늘 반갑고 고맙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같아서 반갑고 내가 해야 할 수고를 대신해줘서 고맙다. 그 비용을 지불했다지만 그 가격은 자동차 기름값과 오고 가는 데 드는 내 시간 값에는 턱없이 작은 액수다. 원래 택배는 집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지만 여기서는 저 아래 우체통 옆에 놓아주기만 해도 고맙다.
얼굴을 모르는 기사님과는 문자로만 간단히 소통한다. 형식적이고 습관적일지 모르지만 그 기사님은 웃는 이모티콘을 첨부한다. 고맙다는 형식적인 문자만이 아니라 고마움과 안전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보내야겠다. 정당하게 이루어진 거래지만 사는 게 어디 그런가.
하늘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예수님이 하느님과 하늘나라를 비유로 설명하신 이유다. 그분은 하늘과 땅의 두 나라를 다 아시고 두 나라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르니까 비유로 설명하실 수밖에 없었다. 그 나라는 내 안에 그리고 우리 안에 이미 있고 또 자라고 있다. 그걸 믿는 이에게는 그게 보이고, 믿지 않는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모든 씨앗은 그 식물과 열매에 비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작다. 마음 안에 뿌려진 하늘나라의 씨앗도 마찬가지다. 하찮아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 시도해보지 않아 서툰 것일 수도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 기쁜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낙천주의자일 수 있다. 왜 그러면 안 되나? 우리의 그 순진한 낙천성이 이웃을 괴롭히기라도 하나? 형식적인 문자만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몇 자 더 적으면 돈이 더 드나? 이제 원론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떻게 실천할지 고민하자. 아니 고민도 그만하고 선한 마음이 지시하는 대로 그 즉시 행동으로 옮기자. 하느님의 뜻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철부지 어린이들 같은 마음 안에서(마태 11,25) 그리고 편한 주님의 멍에와 가벼운 주님의 짐을 지는 이들(마태 11,30) 안에서 하늘나라는 자란다.
예수님, 언제나 그리고 모든 것에 감사하게 노력합니다. 순진한 낙천주의자가 되는 게 아직 불안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조용히 하나하나 따져 보면 손해날 게 하나도 없습니다. 특별히 저희들은 더욱 그렇게 살라고 부르셨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세상에 짐이 되지 않고 위로와 희망이 될 테니까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더러워진 몸을 씻고 군살을 빼듯이 제 안에 있는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무거운 진지함을 떨쳐버립니다. 주님의 말씀을 깨달아 그런 것들이 다시 달라붙어 어둡고 무겁게 하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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