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연중 17주일) 하늘나라를 보는 마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늘나라를 밭에 숨겨진 보물과 좋은 진주를 찾아다니는 상인에 비유하신다. 이스라엘에는 전쟁이 잦아 사람들이 피난 가느라 보물을 땅속에 묻어두곤 했었단다. 그 주인이 죽거나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 소작농과 같은 가난한 사람이 그 밭을 일구다가 우연히 그 보물이 발견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가 그 밭을 사면 합법적으로 그 보물은 그의 것이 되었단다. 이렇게 밭의 보물은 우연히 발견된 행운인데 반해, 좋은 진주는 열심히 찾아다닌 끝에 발견한 노력의 결과다. 요리사가 좋은 식재료를 구하면 맛난 음식을 상상하며 기뻐할 거고 장사꾼이 좋은 제품을 만나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어 기뻐할 것이다. 하늘나라는 행운으로 또 열심히 노력한 성과로 발견되는 것이다.
우연이든 노력의 결과든 하늘나라는 기쁨이고 가진 것을 다 팔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마태 13,44-46). 하늘나라는 발견되는 것이니 그것은 내가 만들어내지 않았고 이미 이 세상에 있었다. 눈에 뜨이지 않았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신학교에서 하늘나라는 ‘이미’와 ‘아직’ 사이에 있다고 배웠다. 예수님을 아직 다 알지 못하는 것이고, 알아도 잘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살아보니 사는 거 별거 아니고 인생 참 덧없다는 마지막 말을 자주 들으면서도 여전히 세속적인 가치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다. 사랑한다면서 신뢰하지 못하고, 봉헌했으면서도 불안한 것이다. 기쁜 소식을 듣고도 사는 게 기쁘지 않고, 십자가의 예수님을 보면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완전하시고 그분의 나라도 완전하다. 하늘나라가 예수님을 통해서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왔다(묵시 21,3). 하늘나라가 아니라 내가 문제다. 그 가치를 알면서도 그대로 살지 않아 그것의 힘과 능력을 체험하지 못하니 믿음은 늘 그 자리,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수준이다. 아니면 신앙 따로 삶 따로다. 세상에 아직 무슨 미련이 남았고 무엇이 그리 불안한가. 잠시라도 지나 온 시간을 뒤돌아보면 지금까지 하느님이 얼마나 잘 해주셨는지 금방 알 수 있는 데도 말이다. 믿음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아둔한 거다.
세례가 구원의 보증서는 아니다. 우연히 발견된 밭의 보물도 그것을 보물로 알아보지 못하면 행운이 아니고, 좋은 진주를 알아보는 눈이 없으면 최상품의 진주를 만나도 알아보지 못한다. 예수님의 말씀과 삶에서 인생 최고의 가치, 가진 것을 다 팔아 얻을만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신앙이 박제된 신앙 이거나 죽은 신앙이기 때문일 거다. 예수님이 인용하셨던 이사야 예언서 내용처럼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마태 13,14-15; 이사 6,9-10).” 모든 예언자와 의인들이 그토록 만나기를 갈망했던 분이 바로 예수님이고, 인류의 모든 선한 가치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그분의 삶 안에 있다. 그분을 직접 본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의 눈은 행복했지만(루카 10,23), 그분을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은 더 행복하다(요한 20,29). 그리고 가진 것을 다 팔 수 있을 정도로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하늘나라에서 살고 있다.
주님, 어릴 때 신앙을 주입시킨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참으로 감사합니다. 과학기술과 세속 학문들의 도움을 받지만 그것들은 제 마음을 잡아끌지 못합니다. 신앙의 가르침은 그것들에 비해 많이 투박하지만 이미 그런 것들을 다 알고 있음을 느낍니다. 솔로몬이 듣는 마음을 청했던 것처럼(1열왕 3,9) 세상 속에 이미 와 있는 하늘나라를 보는 눈을 주시고 세상 것들을 잘 사용하면서도 그것들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믿음을 더해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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