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첫 토요일 성모신심) 하느님의 거처
하느님은 하늘에서 사람의 모습으로 내려오시지 않고 우리처럼 똑같이 한 여인의 태 안에서 생을 시작하셨다. 겸손하신 하느님 다운 선택이다. 거기에 당신의 품격에 맡는 왕궁이나 귀족 집안이 아니라 평범한 여인을 선택하셨고 그에게 동의까지 구하셨다. 동정 잉태는 지금도 인간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것이니 순전히 추측이지만 하느님은 그전에 이미 여러 번 거절당하셨을 것 같다. 우주 만물의 창조주가 피조물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 게다가 그것이 죄인들을 구원하시려는 것이었음을 생각하면 하느님의 사랑과 겸손은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어른이 어린이와 대화하기 위해 그러는 것처럼 창조주 하느님은 인간과 눈을 맞추시려고 낮아지고 작아지셨다. 이런 하느님이 태어나실 곳, 그분이 나고 자라실 가정은 하느님의 이런 겸손에 합당한 곳이어야 했다. 그곳이 마리아였고 그 집안의 가장이 의로운 요셉이었다. 하느님은 그런 곳에 당신의 거처를 마련하셨다.
하느님은 일하실 때 약한 이들, 가난한 이들을 선택하시고 부르신다. 주님 탄생 소식을 처음 들은 이들은 들판에서 거의 들짐승처럼 살아가는 목동들이었고, 예수님의 제자들도 율법학자나 바리사이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며, 부활하신 주님을 처음으로 뵙고 그 기쁜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 사람은 일곱 마귀에서 해방된 마리아 막달레나였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하느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는 심판자이신 주님 앞에서 부끄러운 데도 죄를 고백하고 약점과 결점을 고스란히 보여드린다. 그리스도의 힘이 자신에게 머무르게 하려는 것이다(2코린 12,9).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예수님의 이 행복선언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이나 환상이 아니다. 하느님이 거짓말을 하시거나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하실 리가 없다. 하지만 오늘날 복음을 전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신학 이 외에 다른 학문과 기술도 배워야 한다. 인격적으로도 안정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잘 갖추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우리 하느님은 가난한 마음 안에 사신다. 하느님 말고는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의 마음 안에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신다. 예수님이 가장 작은 이들 안에 사시겠다고 하신 말씀 그대로다.
오늘은 창립자 알폰소 성인 대축일이다. 성인은 자신보다 성모님을 전하는 걸 더 기뻐하신다는 걸 확신한다. 그것은 이 하찮은 말들보다 성모님이 구속자이신 예수님을 더욱 잘 알게 해주신다는 걸 성인은 알기 때문이다. 성모님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겸손과 상상할 수도 없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담을 수 있는 가난한 마음을 지니신 분이시다. 이런 분을 인류의 어머니, 영적 세계의 여왕으로 공경하는 걸 누가 반대할 수 있을까.
예수님, 주님은 저희에게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십자가에서 죄인을 위해서 희생하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성모님은 저희 대부분이 경험하는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으로 저희를 하느님의 신비로 이끌어 주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예수님이 그러라고 하셨으니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라가니 저희를 주님께서 일하시는 곳으로 인도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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