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29일(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의로운 그리스도인 (+ mp3)

8월 29일(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의로운 그리스도인

 

예전에는 군문효수(軍門梟首)라는 끔찍한 형벌이 있었다. 죄인의 목을 베어 군문 앞에 걸어 두는 형벌이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그런 죄를 짓지 않게 하려는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했던 형벌이었을 것이다.

 

세례자 요한은 권력자의 체면 때문에 목이 잘려 쟁반에 담겨 전해지는 극심한 수모를 겪으며 세상을 떠났다. 그가 옳은 말을 했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했다. 그런 사건을 우리가 특별하게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은 그것이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겪으실 일을 예고했기 때문이고, 그분을 따르는 이들이 겪었고 그리고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계속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친척이고 동지였던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전해 들은 예수님에게는 애도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마태 14,13-14). 예수님은 그들이 목자 잃은 양들 같아서(마르 6,34) 가르쳐주셨고,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기까지 하셨다(마르 6,42-44). 세례자 요한의 허망하고 슬픈 죽음과 완전한 대조를 이루는 예수님의 풍요로운 기적이었다.

 

지도자가 사라지면 추종자들은 흩어지고, 거기에 그를 끔찍한 형벌로 다스리면 더 이상 추종자들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하느님의 백성들은 그것과 전혀 다른 그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스도교는 순교자들의 피가 거름이 되어 자라고 열매를 맺었다.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지만 그 정반대였다. 예수님과 예언자들은 이 땅에서 살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늘나라에 속한 그들은 여기서는 이방인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다.

 

예수님, 세상은 예전처럼 여전히 진실을 말하고 선하고 의로운 일을 하는 이들을 모함하고 폭행합니다. 선한 사람이나 의로운 사람도 화낼 줄 알고 폭력을 쓸 줄도 알며 똑같이 대갚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늘나라를 폭행하는 것이며 주님을 또다시 십자가에 매다는 일에 동조하는 것인 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내하며 해오던 일을 계속합니다. 진실을 말하고, 더 큰 선과 의로움을 찾습니다. 저희는 하늘나라의 시민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불의를 보고 똑같은 폭력으로 앙갚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아드님이 이 불의하고 폭력적인 세상을 어떻게 대하셨는지 기억나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무엇보다 모든 것에 앞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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