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성 십자가 현양 축일) 수고하고 고생하는 사람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해서 곧장 그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약 40년을 광야에서 보냈다. 어떤 학자는 그 시간이 하느님과 그들과의 관계에서 신혼여행과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다. 먹을 것과 마실 것은 부족했고,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해서 금송아지를 만들어 스스로를 위로했고,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던 노예생활을 그리워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길을 가는 동안 마음이 조급해진 그들은 모세에게 대들며 하느님께 불평을 했다. 이렇게 비참하게 지내게 할 거였으면 왜 자신들을 데려 내왔냐고 말이다(민수 21,4-5).
그들을 이끌었던 모세도 참 안됐다. 불타는 떨기나무가 신기해서 그 근처에 갔다가 하느님께 붙잡히는 바람에 하느님 대신에 백성들의 그런 불평과 원성을 다 들어야 했다. 거기에 그런 백성들과 진노하시는 하느님 사이에 끼어서 중재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하느님 때문에, 당신 백성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백성도 모세도 참 고생이 많았다.
예수님은 더 그랬다. 이미 많은 예언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수없이 알려줬으니 그것을 따르지 않은 책임은 그들 스스로 지게 하면 되었을 텐데, 굳이 여기까지 내려오셔서 직접 하느님을 보여주시며 온갖 좋은 일을 하셨다가 그런 모욕과 수난 그리고 죽임을 당하셨다. 그리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하느님의 사람들은 당신의 그 주체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예수님을 따라서 수고했고 고생도 참 많이 했다. 그리스도교 박해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하느님의 백성들도 그 신앙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십자가에 달려 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이 사람들 그냥 죽게 내버려 두시지 뭘 그렇게까지 하셨냐고 까분다. 참으로 고맙다는 뜻이다. 너무 고마워서 표현할 길이 없어 그러는 것이다.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면서 혼자서 먹겠다고 달려드는 아이에게 차려줘도 못 먹는 건 다 그의 책임이라고 말할 부모가 어디 있겠나. 하느님께 우리는 앞뒤 분간도 못하는 애들이다. 당신 목숨을 내걸고 구해주고 싶은 사랑하는 이들이다. 십자가가 증언하며 말한다, 믿으라고. 그냥 믿고 따르라고 호소한다.
예수님, 온 세상이 힘들어합니다. 불평하고 대들고 싶어도 세균에게 그럴 수 없으니 약오르고 답답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주님은 또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믿고 서로 사랑하라고. 그렇습니다, 진리는 변하는 게 아닙니다. 나중은 없습니다. 언제나 바로 지금이 사랑할 때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너무 힘들어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들을 위로해 주시고 조금 더 참고 기다리라고 말씀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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