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영적인 몸
제법 자란 하얀 코 까만 코 두 마리 고양이가 두 발 사이를 지나다니며 내게 살짝살짝 몸을 비빈다. 사료를 먹다가도 내게 와서 만져달라고 몸을 내민다. 어느새 걔네들 집사가 됐나 보다. 다른 큰 고양이가 하루에 몇 번씩 와서 남긴 사료들을 먹어치우고 걔네들을 못살게 군다. 오늘 새벽에는 앙칼진 고양이 소리로 앞마당이 잠시 시끄러웠다. 그리고 조용해지더니 누군가를 찾는 것 같은 아기 고양이 소리가 났다. 두 마리 중 한 녀석이 다쳤거나 아주 불편한 상황에 놓였나 보다.
그 순간 뛰쳐나가서 큰 고양이를 야단치고 쫓아내고 곤란한 처지에 놓인 작은 녀석을 구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건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맞는 말이다. 내 몫은 사료 주고 물 떠주고 쓰다듬어달라면 그렇게 해주는 것까지다. 그 이상은 집착이다. 애착도 집착이다. 사실 그 큰 녀석도 불쌍하다. 먹거리를 찾아 온 산을 헤매고 다녀야 할 테니 말이다. 그렇긴 해도 내가 그 큰 녀석까지 먹일 수는 없다. 두 녀석도 어느 정도 크면 떠나보낼 거다. 하느님은 그 작은 두 녀석뿐만 아니라 그 큰 녀석도 보살피신다. 모두 당신의 사랑스러운 피조물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거나 돕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를 기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를 위해 기도하고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다. 하느님이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듯이 그에게도 그리하신다. 나는 멀리서 마음뿐이지만 하느님은 그의 곁에서 그를 돕고 살리시고 때로는 죽이신다. 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고 그건 다 사랑이다.
나는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 참견할 수 없다. 내 몫은 뿌려진 씨가 잘 자라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다. 어릴 때 위인전을 너무 열심히 읽은 탓인지 아니면 무의식중에 예수님도 그런 위인들 중 한 분이라고 여기는지 나도 큰일을 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성경 어디를 봐도 하느님이 그런 명령을 하시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라고, 좋은 열매를 맺으라고 하셨다. 그거면 충분하다. 벌써 새벽 공기가 차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 짧은 인생이다. 인간이 하면 뭘 얼마나 하겠나. 설치다 망쳐놓지나 말아야지. 하느님이 다 하신다.
예수님, 제 안은 참 시끄럽습니다. 생각, 계획, 욕구들이 무질서하게 제 안에서 날아다닙니다. 대부분 방에 있는 먼지들 같은 것들입니다. 먼지는 아무 쓸모가 없으니 쓸어버려야 합니다. 제게 필요한 것은 주님 말씀뿐입니다. 육체는 점점 사그라지지만 제 영적인 몸은 더 자라고 튼튼해지기를 바랍니다. 방안 먼지 같은 모든 집착들에서 벗어나 눈물 나게 아름다운 저 파란 하늘로 날아오를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는 그들을 위해 기도밖에 못합니다. 어머니가 그들을 직접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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