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9월 29일(대천사 축일) 잘 보고 잘 듣기(+ mp3)

9월 29일(대천사 축일) 잘 보고 잘 듣기

 

말 그대로 지식과 정보의 홍수시대다. 너무 많아 불편하다. 그중에서 좋은 것과 참된 것을 찾아내야 한다.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 보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려면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어야 한다. 잘 보이지 않는 걸 보려면 집중하거나 한마음이어야 한다. 잘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면 조용해야 한다. 내 안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요해야 한다.

 

며칠 집을 비운 사이에 마을 들녘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하느님은 보이지 않고 아무도 그분이 일하시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분은 안 보이지만 살아계시고 소리 내지 않고 일하신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언제나 말씀하신다. 요란하거나 수다스럽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고 늘 같은 말씀만 하신다, 서로 사랑하라고. 그렇게 오랜 시간 말씀하시는데 못 듣는 것은 그분이 안 보이거나 목소리가 작아서가 아니다. 우리가 시끄럽기 때문이다.

 

세상은 시끄럽다. 너무 시끄러워 혼을 쏙 빼내간다. 우리 혼을 빼앗아간 그 녀석은 우리를 노예로 부린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하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그놈이 시키는 대로 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자연도 모두 많이 아프다. 하지만 천사들은 우리를 조용히 부른다. 들릴 듯 말 듯 마음에 대고 하느님 방식대로 그분의 말씀을 들려준다. 그 말씀을 듣는 이는 산다. 특별한 기술은 필요하지 않다. 영원한 것을 보고자 하는 이는 보고 참된 것을 듣고자 하는 이는 누구나 듣는다. 하느님은 언제나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예수님, 예전 신문 한구석에는 숨은 그림 찾기가 있었습니다. 무심히 보면 금방 찾지만 그 요란한 그림에 마음을 빼앗기면 안 보였습니다. 세상에 마음을 내주지 않겠습니다. 주님처럼은 못하지만 세상을 품겠습니다. 분리와 단죄가 아니라 포용과 용서가 주님의 뜻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생명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길을 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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