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10월 4일(연중 27주일) 입 다물고 믿기(+ mp3)

10월 4일(연중 27주일) 입 다물고 믿기

미국 대통령도 코로나에 감염됐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어서 큰 파장을 일으키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그가 감염된 게 아니라는 뉴스와 상대방이 감염시켰다는 말이 떠돈다고 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 이유를 들으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됐다. 과거에 그런 종류의 사기와 조작극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문과 9시 뉴스에 나오면 모두 사실이고 진실이라고 믿었는데 그중에는 권력자들의 조작이 있었음이 밝혀지곤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거짓말을 하고 남이 그렇게 믿게 행동한 적이 있다. 불신의 시대다.

뉴스와 신문도 가려보고 식별해야 한다. 일부 성직자들의 추문이 교회의 가르침에 대한 권위를 떨어뜨렸다. 불신은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같이 사는 걸 불편하게 한다. 그러면 무엇을 믿어야 하나?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사람은 변하고 거짓말을 할 줄 알며 그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불변하는 분은 하느님 한 분뿐이시다. 불안한 사람은 폭력적이 되기 쉽다. 하느님은 엄마 같다. 속이려는 자는 수다스럽다. 하느님은 조용하시다. 너무 조용해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느님은 딱 한 마디 하셨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들어가시기 전에 아버지 하느님이 타볼산에서 구름 속에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때 예수님은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계셨다(루카 9,31). 그 끝은 십자가였다.

사람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니 성직자나 수도자도 마찬가지다. 신분이 죄를 없애거나 죄인을 의인으로 바꾸지 못한다. 그들의 생각이나 묵상은 참고 자료로 여기고 그들의 행동은 따라 할 필요 없다. 그러나 그들이 전하는 교회의 가르침은 믿어야 한다. 신앙과 윤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직접 하시는 말씀이라고 여겨도 괜찮다. 꼭 지켜야 할 법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다. 그 법은 참되며 우리 모두 잘 살고 또 영원히 사는 길이라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목숨을 걸고 보증하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커지시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내 생각이 아니라 그분의 말씀을 전한다. 남의 얘기는 하지 말고 내 죄를 고백한다. 교황님 말씀처럼 험담만 안 해도 성인이 될 거다. 가뜩이나 시끄럽고 쓰레기 때문에 골치 아픈 세상인데 내 한 입이라도 다물고 쓸모 있는 말만 해야겠다. 진리는 아니어도 진실과 사실만 말하자, 그것도 필요할 때만. 그리고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주님이 내 안에서 하시고자 하는 일을 하게 되기를 바라자.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

예수님, 주님은 세상에서 많은 말씀을 하셨고 좋은 일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 모든 것을 모아 십자가의 죽음으로 요약하셨습니다. 저희는 죽더라고 하느님을 사랑해야 하고 원수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그게 저희 모두 사는 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입에 자물쇠를 채워주시고 출렁이는 마음이 잠잠해지게 도와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