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0월 14일 나를 따라라(+ mp3)

10월 14일 나를 따라라

 

주님 말씀이 잘 들리지 않는다. 오늘은 말씀 안 하시는 게 아니라 내 안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맨날 같은 말씀만 하시니 이미 들어 다 안다고 생각하니 안 들리는 걸 거다. 주님은 수다스러울 정도로 한시도 쉬지 않으시고 이곳저곳 어느 곳에서나 말씀하신다. 그분은 소리 지르지 않고 나지막하게 언제나 같은 말씀을 하신다. 사랑하라고. 당신을 따라오라고.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하신 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고, 서로 사랑하지 않으니까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신 거다. 봉사, 선행, 희생, 용서 등을 금지하는 법은 없다(갈라 5,23). 그래도 잘 안되니 정말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반면 바오로 사도가 말한 적개심, 분쟁, 시기, 질투, 분열 등의 악행(갈라 5,19-21)은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어나니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내 안을 시끄럽게 해서 주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마음의 눈을 흐려 온몸을 어둡게 만든다.

 

화가 나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저절로 일어나니까. 그러나 거친 말이나 폭행 등으로 화를 내는 것은 죄다, 내가 그 화를 따라가고 시기와 질투심대로 말하고 행동했으니까. 그렇기는 해도 왠지 속상하고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주님은 우리의 이런 딱한 처지를 잘 아시고 그 죄를 묻지 않으신다. 이미 그런 것들을 없애버리셨다.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 우리들은 죄짓게 만드는 그 육체를 거기서 일어나는 그 욕정과 욕망과 함께 주님을 따라 십자가에 못 박았다(갈라 5,24). 주님은 이런 우리를 용서하시고 다시 일어나 당신을 따라오라고 말씀하신다. 어제 하셨고 오늘 또 하신다. 지겨워하거나 포기하지 않으시고 마치 오늘 처음 하신 것처럼 말씀하신다. 주님은 우리를 정말 사랑하신다.

 

주님, 말씀을 들었다고 다 아는 게 아닙니다. 계명을 한두 번 멋지게 실천했다고 깨닫는 것도 아닙니다. 이 여행을 마치는 그날까지 듣고 또 듣고, 실천에 실천을 거듭해서 아침에 이빨 닦는 것처럼 그런 것들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랍니다. 바오로 사도가 가르쳐 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갈라 5,22-23)의 덕목들을 외우고 제 안에 그런 것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살피겠습니다. 그것이 주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절로 일어나는 악한 마음들에 휘둘리지 않게 저를 꼭 붙들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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