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10월 15일(예수의 성녀 데레사 기념일) 하늘이 내게로 왔다(+ mp3)

10월 15일(예수의 성녀 데레사 기념일) 하늘이 내게로 왔다

 

요즘 거의 매일 맑고 푸른 아름다운 하늘을 본다.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멀리서 온다.’라고 노래했던 그 시인도 이런 하늘을 보았을 것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우울하고 힘든 시기에 작은 위로가 되고 동시에 뭔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미래를 연구하고 준비하는 어떤 모임에서 가장 먼저 없애질 직업이 성직자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또 다른 모임에서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직업이 성직자라고 했단다. 모순되는 두 예측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앞으로 성직자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본질적인 요소만 남게 될 거라는 예측이다. 그 본질적인 요소란 다름 아닌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이다.

 

무신론자들이나 극단적인 인본주의자들이 신은 없다고 주장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확성기로 떠들어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게 하고 그들만의 정의감으로 불타오르게 만드는 하느님은 가짜다. 우리 하느님은 참 조용하시고 드러나지 않게 모든 선한 일을 다 이루시고야 마는 분이다. 인간의 불충실과 죄악도 그분 앞에서는 있으나 마나다. 그분의 선한 뜻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의 이론을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사랑 평화 평등을 바란다고 믿고 싶다. 그리스도인이든 무신론자든 인간의 모든 선한 바람이 바로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인들에게 이렇게 인사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 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에페 1,3).”

 

저 푸르고 맑은 하늘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아니 본래 있었다. 우린 세례로 그걸 더 잘 알게 됐다. 그 하늘이 예수님이다. 그분의 아름다운 삶을 기억한다. 세상은 그런 분을 아주 못되게 대했지만 그분은 세상이 아직 잘 몰라서 그런 거라고 용서해달라고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시며 숨을 거두셨다. 그분이 저 하늘이시다. 그분이 목숨까지 바쳐 사랑하셨던 분이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런 분에게 가서 하나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저 하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 맑고 아름다운 저 하늘이신 주님, 그 하늘을 제게 다시 새롭게 주소서.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이 영혼도 매일 저 하늘을 먹고 마셔야 제 갈 길을 잃지 않습니다. 저 하늘을 먹는 게 세상을 바꾸는 마법을 익히는 게 아님을 잘 압니다. 그 대신 세상이 바뀌지 않아도 끝까지 주님 곁을 떠나지 않게 해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지상 여정을 마치는 날까지 믿음의 의미를 더 깊이 깨닫고 믿는 대로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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