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모든 성인 대축일) 행복한 사람들
오늘은 하늘나라의 모든 성인, 특히 전례력에 축일이 별도로 지정되지 않은 성인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기린다. 일반적으로 성인들은 이 세상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 순교자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겪었고 어떻게 살해됐는지 잘 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이들은 행복하고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은 행복하고 그 자체로 하늘나라에 있는 거라고 일러주셨다(마태 5,3.10). 미래나 내세에 받게 되는 상이 아니라 바로 거기, 바로 그의 마음이 하늘나라라고 가르쳐주시는 것 같다. 세속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행복은 내적인 것이다. 내적으로 풍요로운 사람이 행복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내적으로도 그런 게 아니라는 것쯤은 다 안다. 정서적으로 만족하면 내적으로 풍요로워질 것 같긴 한데 거기에는 중독이라는 덫이 있다. 사람은 자극에 익숙해지고 더 강한 자극을 바라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행복은 내적인 것이고 영적인 것이다. 하느님으로 내면을 다 채운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 예수님이 행복하셨던 이유다. 예수님은 가정도, 집도 없는 빈털터리셨다. 당신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셨지만 사람들의 보답을 바라지 않으셨다. 당신을 붙잡는 이들을 두고 떠나셨고, 왕으로 모시려는 이들을 피해 달아나셨다. 그분이 소유하셨던 건 단 하나, 하느님의 뜻이었다. 억울하게 죽기까지 그것을 따르셨으니 그분 안에 하느님이 아닌 것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분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다.
봉사하는 사람이 더 기쁘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이 됐다. 용서는 어렵지만 희생은 할 만하다. 희생은 진한 기쁨을 누리게 해준다. 특히 그것을 그가 모를 때 더 그렇다.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다. 작든 크든 그냥 하면 된다. 봉사 희생 용서는 신앙이 없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거룩한 행위들을 그리스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한다. 내가 좋아서도 아니고 내가 만족하려고도 아니다. 주님 기뻐하시라고, 내가 그분의 벗이요 제자요 형제 남매이니까 그렇게 한다. 그러면 실패할 수는 있겠지만 실망하는 일은 절대 없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
예수님, 가치를 위해 희생하는 위대한 행위 안에는 보람과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망하고 아파합니다. 하지만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 안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사랑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들은 살아도 주님의 것이고 죽어도 주님의 것입니다. 그런 이들에게는 바오로 사도가 했던 말처럼 죽는 게 더 이롭겠지만 사는 것도 좋습니다. 저기서 행복할 사람은 이미 여기서도 행복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것을 매일 그리고 특히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잊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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